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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선거철 '서민' 이란 단어가 불편한 이유

최종수정 2018.06.05 14:02 기사입력 2018.06.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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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선거철 '서민' 이란 단어가 불편한 이유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선거철만 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서민(庶民)'이다. '서민을 위한 정치', '서민경제를 살리겠습니다'란 캐치프레이즈는 당과 이념을 초월해 어느 정치세력에서나 쓰는 말로 굳어졌다. 서민으로 산 적이 없는 정치권 사람들도 선거철만은 어떻게든 서민으로 보이고자 노력한다. 오죽하면 '서민 코스프레'란 말까지 나왔겠나.

그런데 이 '서민'이란 말은 사실 어원을 따지고 들면 그다지 좋은 어감이 아니다. 여럿을 뜻하는 '서(庶)'자는 거적때기 움막 아래 불을 피워놓고 모여있는 미개한 사람들이란 뜻의 상형문자다. 백성 '민(民)'자 역시 고대 중국에서 노예들의 도망을 막기 위해 한쪽 눈을 찔러 멀게했다는 뜻에서 나온 상형문자다. 결국 움막치고 겨우 불이나 피우고 살던 '노비(奴婢)'들이란 뜻에서 나온 단어다.

오늘날에는 별다른 직책이 없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을 통으로 의미하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이 대거 붕괴되고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더욱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가 됐다. 서민금융지원, 서민주거안정 등 얼핏보면 정치란 오로지 '서민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엔 서민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게 돼있다. '공직선거 기탁금 납부제'에 따라 대통령선거는 3억원, 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은 5000만원, 국회의원은 1500만원, 자치구나 군수는 1000만원 등을 무조건 내야한다. 유효투표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 10% 이상이면 기탁금의 50%를 돌려 받을 수 있지만 10% 미만이면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한다.
3억원쯤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거나 세력이 없으면 진짜 '서민 대통령'은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신고 재산도 20억원에 육박한다. 자산 20억원은 소위 수저계급론에서 이야기하는 '금수저'의 조건이다. 선거철마다 시작되는 정치권의 '서민 코스프레'가 불편한 이유는 여기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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