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지난 정권에서 사실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는 금기어였습니다.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데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최근 만난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는 3년 만에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2015년 5월 20일, 68세의 한국인 A씨는 바레인에 머물면서 농작물 재배 관련 일을 하다 카타르를 경유해 귀국했다. 입국 당시 아무 증상이 없었던 그는 일주일쯤 발열ㆍ기침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세 차례 병원을 옮긴 A씨는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됐다. 2015년 한 해 우리사회를 '낯선 전염병'의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의 시작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했고,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사회경제적 손실은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메르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2, 제3의 전염병 위험성은 지금도 상존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서 병균(病菌)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감염성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의 창궐이 역사적 발전의 방향을 조절했다고 주장한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메르스는 숱한 상흔을 남겼지만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잣대로 기억돼야 한다. 국내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는 "개개인이 무장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사회적 원인을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메르스 3주년을 맞아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고, 기억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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