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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상속세와 상속재산평가

최종수정 2018.03.29 17:00 기사입력 2018.03.29 11:45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바로 죽음과 세금이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상속세는 죽음 자체가 과세계기가 되는 세금이다. 상속세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ㆍ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에서도 상속세가 언급된다. 미국에서도 독립전쟁의 추가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와 더불어 상속세가 도입됐다. 도입초기 상속세 과세에 대한 위헌성 논의가 있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1900년, 1921년 연이은 합헌판결을 내렸다.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상속세 폐지 움직임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치고 만다. 상속세 과세는 ‘결과적 평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개인의 출발선은 평등해야 한다’라는 당위론에 입각하여 그 이념적 뿌리가 깊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 상속세령’을 시행하면서 도입되었다. 1950년 ‘상속세법’이 제정?공포되었고 이후 변화된 경제ㆍ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여 1996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전면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속세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가지의 대들보는 ‘원활한 세수의 확보’와 ‘부의 집중 억제’라는 이념이다. 상속세수는 2015년 기준 약 2조 원이고, 사전상속인 증여세수를 합하면 약 5조원 정도로 전체 국세청 세수인 약 217조 원의 2.3%를 차지한다.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상속세는 징수비용이 적게 들고 안정적 세수확보가 가능하며 납세자의 조세순응도도 높은 편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의 소득분배 실패를 보완하는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속세에서는 상속재산 확정과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상속인 사망 당시 보유한 재산만 상속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 사망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들에게, 5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에 가산된다. 또한, 피상속인 사망 1년 또는 2년 이전에 처분한 재산 등이 2억 원 또는 5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해당금액이 상속재산으로 추정된다. 상속재산을 미리 증여하여 누진과세를 피하거나 이를 누락하려는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상속재산은 상속 당시 시가에 의해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의 통상 성립되는 거래가격을 말한다.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 기간 중의 당해 재산이나 유사재산에 대한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등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시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때에는 자산별로 법정되어 있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평가가 이루어진다. 정부가 고시한 가액이 있는 부동산이나 실제 거래가격이 있는 상장주식은 큰 문제가 없으나, 이러한 가액이 없는 비상장주식은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보충적평가액을 산정하게 된다. 그 결과 비상장주식의 보충적평가액은 개별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심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실증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은 상속세에 국한되지 않고 가치평가가 수반되는 소득세, 법인세 등에도 준용된다. 예를 들면 제3자로부터 비상장주식을 매수한 경우 그 거래가액이 보충적평가액보다 30% 이상 높다면 그 차액이 기부금 의제되어 법인세가 과세될 수 있다. 반면, 세법 외의 분야에서는 그 보충적 평가액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비상장주식을 보충적 평가액으로 매매하였더라도 시가로 인정되지 못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형사상 배임죄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보충적평가액을 따라도 문제, 무시해도 문제가 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장주식 평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평가방법의 다양화를 시도하였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시가에 부합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법)을 도입하는 방식, 미국ㆍ일본과 같이 법령에서 시가주의원칙만을 선언하고 통칙으로 상세한 평가방법을 정하는 방식 등이 제안되고 있다.

상속세는 인류와 오랜 역사를 두고 동고동락해 온 사이이다. 상속세제는 국가세수의 하나의 축으로서 시장경제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제도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상속재산평가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가에 부합하는 평가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관 법률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마가편의 노력이 절실하다. 세법 학계, 유관 부처 및 국회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백제흠 김앤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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