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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걸음걸이가 건강을 좌우한다

최종수정 2018.03.27 11:45 기사입력 2018.03.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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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먼 옛날 인간의 조상은 아프리카 숲속에서 살다가 나와서 서서 걷게 됐고, 이후 자유로워진 두 손을 이용하게 되면서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실제 유인원과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직립 보행이며, 손을 이용해 많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서 신체적으로는 맹수와 맞설 수 없는 연약한 몸이지만, 먹이사슬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직립 보행은 인간의 중요한 특징인데, 제대로 된 보행을 하려면 실제로 움직이는 두 다리의 근육뿐만 아니라, 다리에서부터 머리로 연결되는 운동신경, 감각신경, 운동을 지배하는 중추신경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 사람마다 걷는 속도, 보폭, 좌우 균형, 팔을 흔드는 정도, 다리를 벌리는 정도, 발의 위치 등 걸음과 관련된 요소가 모두 다르며 이에 따라 한 사람의 걸음걸이가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태어나서 약 1년 정도의 성숙과 발달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소아마비와 같은 감염, 사고, 신경계에 손상을 주는 질병이 발생하면 쉽게 영향 받고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직립 보행을 하면서 사람은 이전과 다른 많은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치질, 만성폐쇄성폐질환, 척추 협착증 등 동물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질환을 갖게 됐다. 이런 질환은 과거 인간의 평균수명이 짧던 시절에는 문제되지 않았으나, 고령화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는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인 쇠약함과 더 나아가 만성 질환, 장애, 사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행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실제 나이와 보행 속도와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정상적인 경우 대략 20대 초반에 최고에 달해 50대까지 유지되다가 이후 점점 속도가 저하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또 나이와 보행속도만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기대여명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중년 이후의 보행속도 저하에 따라 치매의 발생도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매의 발생하기 약 7년 전에 보행속도가 떨어지고 보행 속도가 떨어질수록 치매가 가속화 된다는 연구도 있다. 보행 속도를 이용해 노인에서 노쇠와 장애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보행 속도의 저하는 각종 수술이나 시술, 중환자의 생존율,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생존율, 입원가능성, 치료 반응, 사망률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현재 일상적 보행속도를 기준으로 초당 1m 이상 걸을 수 있는 경우 낙상 및 건강에 이상 없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초당 0.6m 이하일 경우에는 낙상과 입원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상생활수행기능에 어려움이 있어서 돌봄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행 속도 평가를 이용해 복잡한 신체기능 평가를 시행하기 전에 간단하게 먼저 문제 유무를 판단하는 지표로 이용할 수 있으며, 스스로 건강상의 문제, 노쇠의 진행을 인지하고 병원에 가야할 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전에는 만보계와 같은 간단한 도구밖에 없었지만, 각종 웨어러블 측정 도구들이 발달해 좀 더 쉽게 스스로 보행을 평가해 볼 수도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기들이 발달한다 해도, 움직이고 걷고 활동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날에는 활기차게 걷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최고의 보약이 될 것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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