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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의지가 아니라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최종수정 2017.10.10 11:10 기사입력 2017.10.10 11:10

김수영 작가
우리는 흔히 연초가 되면 '몸짱이 되겠어', '영어를 마스터하겠어' 등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지만 불과 1주일만 되면 처음 다짐을 잊어버리고 게을러지지요. 몇 주 후 화들짝 놀라 '앗, 운동을 해야해!', '영어공부 해야해!'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 하지만 어쩐지 헬스장이나 영어학원 가는 게 귀찮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한두 번씩 빠지다가 언젠가부터는 아예 안 가게 되지요.

그런 자신에 대해 '나는 의지가 부족해', '나는 게을러'라고 자책하고 계시다면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당신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도전의 의미가 부족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넉넉한 몸매로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몸짱이 되서 뭐하겠어요. 먹는 즐거움이 운동하는 즐거움보다 큰데. 영어 백날 공부해서 뭐하겠어요. 외국 여행이나 출장을 갈 계획도 외국인이랑 부딪힐 일도 없는데.

무엇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엄청난 의지와 노력을 필요로 하지요. 아주 귀찮다는 이야깁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하면서까지 뭔가를 하려고 할 때는 그래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데 의지부족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하든 이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지요.

저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경제에 쓴 칼럼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원고를 쓸때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 챕터씩 쓰자. 그럼 2달내로 원고를 완성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켜놓고 자꾸 딴짓을 하다가 몇 달이 흘러버렸습니다.

그러다 아예 한 달 정도 원고에서 손을 떼고 한없이 게을리 지냈습니다. 평소 읽고 싶던 책도 실컷 읽고 사람들도 실컷 만나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이 책을 왜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칼럼을 기고해왔으니 글을 좀 더 써서 책을 내야지'라는 막연한 이유였더군요. 그러니까 글쓰는 게 일처럼 느껴졌고 거부감이 들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놀다보니 문득문득 영감이 떠오르며 내가 왜 이 책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유를 찾았습니다. '지금 나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아이를 갖는 것인데, 아이를 낳고 나면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질거야. 그럼 그전에 지난 12년간 내 삶과 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 끝에 깨달은 것들을 남겨놓고 싶다' 라고 말이죠.
인생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지금 챕터를 잘 마무리하는 작업이라 생각하니 제 스스로 원고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지요. 지난 경험을 반추하며 수많은 메모를 했고 집중해서 글을 써내려갔어요.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우리 엄마가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미치니 더더욱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요. 그렇게 정성껏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초고를 다 썼고 원고를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스스로 내면에서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은 의미도, 재미도 없게 느껴지지요. 예를 들어 부모님은 아이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합니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학벌에 대해 부모가 가진 콤플렉스가 클수록 아이 공부에 집착하고, 부모가 돈 때문에 고생해본 적이 있다면 아이들이 '돈 안되는 직업'을 꿈꿀 때 반대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동기이지 아이의 동기는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뭐라하든 아이에게는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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