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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생산기술이 아닌 생활기술을 통한 행복

최종수정 2017.09.19 10:44 기사입력 2017.09.19 10:44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사람이 사는 궁극적인 목적을 흔히 행복이라고 말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의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동시에 잘 하는 일을 하는 사람 즉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한다.

대학에 있다 보니 학생들과 여러 방식으로 대화를 할 기회가 자주 있다. 특히 요즘같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때에는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취업 및 진로와 관련된 면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신입생부터 졸업을 앞둔 4학년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들을 추려보면 '현재의 전공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것인지', '졸업한 선배들은 어떤 곳에 취업을 했으며 그 분야의 향후 전망은 어떤지', '취업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며 그밖에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지' 등이다. 마치 족보처럼 전해 내려오는 질문지를 함께 돌려서 읽고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역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남과 다르게 자신만이 더 잘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는지', '앞으로 5년 내지 10년 후 자신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등을 묻는다. 여기에 서툴게라도 답을 하는 학생은 10명 중 고작 한 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신이 희망하는 인생 목표나 방향이 불분명하고, 목표를 실행할 주체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니 그 목표를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 역시 뜬 구름 잡는 것처럼 제대로 세워질 리 만무하다.

돌이켜 보면 필자 역시 지금 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미국에서의 대학원 유학 시절 그곳 학생들은 박사과정은 물론 석사과정에서도 첫 학기부터 자신의 연구 관심분야나 주제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확해서 졸업할 때까지 그와 관련된 일관된 연구 성과를 꾸준히 축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연구관심 분야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자신의 연구논문 주제를 정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꽤 오랜 시간이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기초교육과정에서부터 단순주입식 혹은 자기주도적 방식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 시스템 하에서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일 수 있다.

한 원로 경제학자는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5대 요인으로 가족관계, 재정상태, 일, 공동체와 친구, 건강을 꼽으면서 이들 5가지 요인은 상호간에 밀접하게 연계되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한 가족관계 및 친구들과의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재정능력이 요구되며 그 돈을 벌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과 노동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으로 전자는 자신이 선택한 목적을 위해서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행하는 행위인 반면, 후자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받고 수행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어떤 학자는 이 두 개념의 차이를 생산기술과 생활기술로 설명하기도 한다. 노동에 해당하는 생산기술이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기술이라면, 일에 해당하는 생활기술은 즐겁고 보람된 삶을 영위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인 행복을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오늘도 취업과 진로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청년들에게 단순한 노동으로서의 생산기술이 아닌 일로서의 생활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김영주 중앙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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