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논의를 되풀이해 왔지만, 결국 관련 당사자의 첨예한 이해대립과 반발로 인해 성과는 늘 지지부진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업무의 분리 및 금융소비자 보호업무의 독립성 확보라 할 것이다.
'분리형'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고, 고비용 구조이며,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2010년 제정된 이른바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신설하여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정의 제ㆍ개정권 부여 등 영업행위규제업무를 전담하도록 하였다. 영국도 2012년 단일감독기구였던 금융감독청(FSA)을 폐지하고 건전성감독원(PRA)과 영업행위감독원(FCA)으로 분리하여 각각 건전성과 영업행위규제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고, 소비자보호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통합형' 감독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금융참사'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기능이 금융정책기능에 의해 제압당하면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수만 명의 금융소비자들에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를 입힌 일련의 대형금융사고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종래의 감독체계에 대한 개편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건전성 감독 및 소비자보호기능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구조 선진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에는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며, 현재 국회 계류중인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 법에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재정을 포함한 설립부터 권한 및 책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독립성 확보 방안이 들어가야 하고, 집단소송제도와 금융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의 인정 등 실질적인 금융소비자보호제도가 포함돼야 한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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