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때 750억달러에 이르던 수주액은 중동의 발주물량 감소로 지난해 282억달러를 기록, 2006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에도 크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수주방식도 달라졌다. 저유가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산유국들은 시공자에게 금융을 조달해 오도록 하거나 초기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수주를 높이려면 재정당국이 정책금융수단을 제공하고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교량, 발전소, 신도시 건설 등 기존 분야 외에 물, 신재생에너지처럼 수주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분야도 발굴해야 한다. 요르단이 중동에서 물 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홍해-사해 프로젝트으로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중동국가에서도 수주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매우 어렵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성장동력은 둔화되고 남미처럼 장기침체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까. 해외건설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수주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전에는 우리 기업들 간의 과당경쟁이 문제더니 이제는 실적 쌓기를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저가로 치고 오는 중국이 더 문제다. 터키 차낙칼레 교량 수주에서 보듯 오늘날 수주전은 마치 국가대항전을 방불케 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과 성공적 국토개발경험을 갖고 있다. 해외 각지에서 성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 업체에 대한 신뢰도 높다. 민관이 협력한다면 해외건설수주를 통해 기업의 해외진출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의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눈을 돌릴 때다.
민동석 외교부 아중동지역경제협력대사ㆍ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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