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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살골에 기댄 정치…정치는 마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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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정치경제부장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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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야권은 '똥볼'을 차고 있었다. 그것도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표는 포용적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며 안철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과 결별의 길을 걷는 중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향해 '한심하다'는 표현을 쓰는 바로 계파 문제였다. 속내는 공천권 다툼이었다. 그는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수용을 거부했다. 자기 주도로 4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13일 탈당했다. 이후 탈당이 줄을 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 의원들은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분란과 관련해 문 대표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2월28일 더불어민주당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문 대표는 올해 1월27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의원은 올 2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 안 대표도 통합의 아이콘은 아니었다.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야권여대를 주장했지만 안 대표는 그의 제안에 강고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3월11일 사퇴했다. 총선 후 그는 박선숙 사무총장과 김수민 의원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표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지금 두 의원은 정치자금법 말고도 사기·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야권은 4월 총선에서 기적처럼 대승했지만 자기 실력이 아니었다. 당시 정치권의 총선 판세는 새누리당의 180석(총 의석수의 3분의 2) 확보를 점칠 정도로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야권이 하프라인을 넘어오지도 못한 채 자기 진영에서 똥볼만 차고 있었던 덕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당시 대표와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막가파'식 공천갈등은 연이은 자살골로 이어졌다. 결국 '여소야대'라는 선물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안겼다.
결국 여야 모두 자기 능력으로 국민의 선택을 기대하거나 받은 적이 없었다. 상대방의 결정적 실수에 따른 어부지리(漁父之利)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드러난 야권의 태도는 국민들의 망각에 편승한 속임수에 가깝다.

문 전 대표는 "편 가르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의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다"고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빗자루로 쓸어내야 할 쓰레기가 무엇이고 누구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은 "수많은 CEO가 새로운 기업을 인수할 때 스스로 키스 한 번만 하면 두꺼비를 멋진 왕자로 변신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공주라고 착각한다"고 했다. 정권교체와 같은 달콤한 키스 한 번으로 대한민국이 단숨에 정치 선진국으로 탈바꿈할 수 없다. 더욱이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바닥이 안 보이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미 국가권력은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으로 야당에 넘어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는 상대방 자살골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실력으로 골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탄핵안 가결 후 며칠도 되지 않아 민주당 내부에서 친문-비문 갈등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 전 대표는 지지율 추이를 외면한 채 새누리당 해체만을 외치고 있다.

이르면 내년 4월께 대선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 정치는 '마법'이 아니다. 권력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야권은 푸른 바다 저 건너편에 있는 육지를 보지 않고 안개 속에서 불쑥 나오는 장애물에 집중해 능수능란하게 피해 나가는 마도로스가 돼야 한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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