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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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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은소 지음/새움)=조선 후기. 침을 잘못 놓아 사람이 죽자 그 정신적 외상으로 더는 침을 잡지 못하게 된 어느 내의원 의관이 시골로 낙향하여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심의(心醫)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품 안에서는 각각의 꼭지마다 곡절 있는 사연을 가진 병자들이 등장해 웃음과 감동의 서사가 펼쳐진다. 끊고 맺음이 뚜렷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메시지다.

오줌싸개 서자, 치매 걸린 화냥년, 우울증 수절과부, 알코올 중독 광대, 귀신 들린 병신, 결벽증 소녀, 히스테리 비구니, 불감증 고시생까지. 돈이 없고, 힘이 없고, 신분이 천하고, 시대가 서러운, 기구한 사연과 상처를 가진 이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이야기.
작품이 배경으로 삼는 시기는 조선조 효종이 승하한 시점(1659년)부터 약 5년에 달하는 기간이다. 작가는 이 시기를 골라 정묘년과 병자년의 호란, 인조의 장남인 소현세자와 차남인 효종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후에 어의에 자리에까지 오른 마의(馬醫) 백광현까지 역사적 사실과 실존인물들을 주의 깊게 배치해 이야기에 개연성과 흥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천민부터 양반까지 신분사회였던 조선을 살아가는 당대 민중들의 생활상과 풍속을 고증해 실감나게 재현한다.

작가는 『황제내경』, 『동의보감』, 『침뜸의학개론』, 『한의학 대사전』 등 한의학 서적과 논문을 약 1년간 탐독하고 조사해 서술에 사실성을 높였으며, 신경정신의학 및 심리학의 개념을 한의학과 접목시키고자 『한의신경정신과학』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등을 참고했다. 작품 속 각각의 병증마다 한의학 지식이 망라된 세심한 진단과 처방을 읽으면 작가가 들인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스 플라이트(박민정 지음/민음사)=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민정의 첫 장편소설. 근무하던 항공사에서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죽음을 택한 딸 ‘유나’와 평생 몸담았던 군대에서 관성처럼 비리에 가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 ‘정근’의 이야기다.
작가는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 같은 복잡한 단어들을 성실한 자료 조사와 정교한 플롯으로 엮어 낸다. 한국적 몰상식의 장면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그 위에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것은 박민정이 선보이는 비약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자 환상 없는 가족 드라마다.

『미스 플라이트』는 ‘부성애 서사’의 장르적 기법을 차용한, 딸의 죽음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아버지의 분투가 담긴 소설이다. 다만 작가는 장르를 의심하고 비튼다. 그리하여 주목하는 것은 군인의 딸로 살던 유년부터 서른한 살의 ‘미스 플라이트’가 되기까지, 부당한 일에 부끄러워하고 함께 싸우며 ‘똑바로’ 살고 싶어 하던 유나의 삶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에 박민정이 쓴 이 소설은 부성애 서사의 탈을 쓴 여성 성장 서사다.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엘란 마스타이 지음/심연희 옮김)=천재 과학자인 아버지와 달리 바보 얼간이 취급을 당하던 주인공 톰 배런은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1965년 구트라이더 엔진의 초연 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시간여행장치의 비상 귀환 모드가 강제로 작동되려는 찰나, 톰은 구트라이더 엔진 기계 레버를 돌려놓는다. 그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2016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가 다시 도착한 세상은 끔찍한 디스토피아였다. 사실 그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2016년 현재이다. 톰은 이 세상을 보고 좌절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상상한 미래사회는 첨단기술의 유토피아거나 아니면 완전히 망해버린 지옥 같은 세계다. 그 누구도 지옥을 원하지는 않으니 톰은 자신이 살다 온 이전의 미래사회, 원래 우리가 살 뻔한 세상으로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이 겪은 미래사회가 정말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사회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제는 어떤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새로운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미래는 무엇인지, 바로 우리의 미래는 무엇이여야 했는지 알아낸다.

이 소설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성장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우정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시간 여행과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 그리고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 말한다. 미래에 대한 통찰과 시간 여행에 대한 과학적 지식,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다.


◆전족(펑지차이 지음/양성희 옮김/더봄)=송나라 이후 천 년을 이어온 중국 미인의 절대 조건, 전족(纏足). 이 소설의 원제이기도 한 ‘삼촌금련(三寸金蓮)’은 3촌이 9.9cm이니, 대략 10cm의 아주 작은 발을 의미한다. 여성은 발이 작을수록 더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갈 수 있었고, 남성은 그러한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의미했다.
청나라 말기, 톈진의 부호이자 전족으로 유명한 동씨 가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삼촌금련’의 망상에 사로잡힌 한 가족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통해 10cm 발에 갇혀 사는 여성들의 아픔과 남성 중심의 왜곡된 중국 사회를 비판한다. 또한 전족파 수장이 된 과향련과 반전족파(하이힐) 수장인 우준영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은 남성들의 왜곡된 미의식에 갇힌 여성들의 싸움을 통해 남성과 여성, 여성운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저자 펑지차이는 1942년 중국 톈진(天津)에서 태어났다. 문화대혁명 후일담을 주제로 한 ‘상흔문학운동’의 대표적인 작가로, 그 자신이 문혁 당시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1985년 이후 ‘문화반사소설(文化反思小說)’로 중국 문단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백 사람의 십 년』(一百個人的十年)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 80여 종의 작품집이 출판되어 있고, 이 소설의 원제인 『삼촌금련』은 출간 이후 30년째 스테디셀러로, 중국과 미국·일본 등에서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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