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8일. 소설가 정미경은 암을 선고받고 투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받아든 문학계는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그동안 소설집으로 묶이지 않았던 정미경 작가의 근작 소설 다섯 편과 정지아ㆍ정이현 작가, 남편인 김병종 화백의 추모 산문 세 편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김 화백은 추모 산문에서 고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내며 아내가 남긴 소설 속에 여전히 그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후 송이는 그림책 작가가 되어 큰 상을 받는다. 이를 신문에서 본 유석은 과거 작은 놀이터에서 송이와 서로의 불행을 털어놨던 일을 회상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뜬금없고 마구잡이로 쏟아냈지만 그것이 당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던 유석에게도 작은 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새벽까지 희미하게 달이 떠 있던 밤의 놀이터는 그들에게 위로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이를 "자신의 재능을 이용당한 상황에서도 소진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송이의 모습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을 소통과 교감의 주제를 일깨운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이데올로기를 현실의 삶으로 끌어들여 생생한 피와 살을 부여할 줄 아는 작가(정지아)" "허공의 안갯속에 갇혀버린 인물의 위선적 내면을 냉정히 들여다보고 촘촘히 묘파하는 작가(정이현)"였다. 표제작 외에 수록작인 '못' '엄마 나는 바보예요' '목 놓아 우네' '장마' 또한 이러한 정 작가의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소설집을 통해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촘촘히 파고들어 존엄한 삶의 방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나온 삶에서, 우연히 다가온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들은 언제나 너무 짧았고 그 뒤에 스미는 한기는 한층 견디기 어려웠다. 그랬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의 따뜻함을 하찮게 여기고 싶지 않다."(189쪽) 산업부 기자 hy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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