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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파리바게뜨 사태…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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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1990년 공룡을 복제해 현실에 되살린다는 내용의 소설 쥬라기공원을 발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전 세계에 히트시켰다.

작품 속 쥬라기공원의 설립자 존 해몬드 회장은 어린 아이들이 열광하는 공룡을 실제로 보여주고 싶다는 나름의 선의(물론 그것으로 돈도 벌고)로 그 일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대재앙으로 끝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앨런 그랜트는 영화 속에서 이런 대사를 남긴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것들 중 일부는 좋은 의도에서 생겨난다."

이 대사의 기원은 로마시대 장군 쥴리어스 시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남겼다는 명언 중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다"라는 말은 그랜트의 대사와 일맥상통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활동했던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은 역설적으로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남겼다. 공산주의처럼 완벽 사회를 지향하는 이론은 결국 전체주의로 흘러 발전을 저해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인류의 가장 큰 위협 핵무기는 독일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레오 스질라드, 두 물리학자의 노력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들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나치가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대응책을 세우라'는 편지를 보냈고 미국은 즉시 핵개발에 착수했다. 핵무기 때문에 종전 후 냉전이 시작됐고 오늘날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하는 상황이 됐다.

꼭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아이러니다. 조금 더 가까운 곳을 보자. 참여정부는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단순명료한 정책을 도입했다.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바꾸라는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든 것.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2년마다 해고하고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 문재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영화 '카트'를 관람하고 난 뒤 "영화를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봤다"며 비정규직보호법이 참여정부의 실패 중 하나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다시 후회하기 마련이다. 요즘 파리바게뜨 제빵사 사태는 참여정부가 내놨던 비정규직보호법의 오마쥬 같은 느낌이다. 사태의 본질에 집중해 정교한 해결책을 고안하기보다 문제를 직접 잘라내려는 기계적 사고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제빵사들을 실제 지휘한 것이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니 전부 채용하라는 것은, 못이 튀어 나와 있으니 박으면 그만이라는 단세포적인 해법이다.

파리바게뜨나 협력 도급업체를 편들 생각은 없다. 초과근무를 시키고,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면 100원짜리 하나까지 토해내게 해 제빵사들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제빵기사 5300여명을 가맹본부에서 모두 떠안으라는 것은 파리바게뜨만이 아닌 산업계 전반에 던진 정부의 '폭탄'이다.

우선 모두 고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일자리를 잃는 제빵사가 나올 것이다. 늘어나는 비용으로 가맹점이 내는 가맹비가 오르고 빵 값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제빵사들을 도급하고 있는 협력업체는 하루아침에 사업권을 잃게 된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가 부족했던 점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처럼 별반 차이없이 오판을 반복한다면 그건 '옆그레이드'에 불과 하다.



이초희 유통부장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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