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순 오해일 뿐"이라지만 수요자들은 "주먹구구식" 분통
향후 정상 수입 여부도 불투명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태국산 달걀 수입이 엉터리로 이뤄지며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들썩이는 물가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통 시기가 석연찮게 미뤄지고 수입 물량은 은근슬쩍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태국산 달걀은 이날 검역시행장에서 현물검사를 한 뒤 검역(최장 3일)과 위생검사(최장 18일)에 합격하면 유통할 수 있다. 이달 말께나 돼야 해당 물량이 시중에 풀릴 전망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태국산 달걀 초도 물량 유통은 10여일 앞서 이뤄져야 한다.
앞서 정부는 국내 민간업체가 수입하는 태국산 신선란이 지난달 22일 선박편으로 부산항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 검역용 샘플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원활한 수입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약속된 날 부산항엔 태국산 달걀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수입업자와 연락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워낙 기대를 모았던 터라 의혹이 증폭되며 '태국 현지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업자가 병원에 입원하고 사무실을 옮기는 등 우여곡절이 있어 태국산 달걀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중대한 문제가 아닌 단순한 오해일 뿐이며 당연히 정책 실패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태국산 달걀의 수입ㆍ유통 시 국내산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던 농식품부는 논란이 불거지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로써는 '매주 200만~230만개 수입'이라는 정부와 수입업체의 공언은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태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유통업자는 "태국 양계산업 여건상 매주 200만개 이상의 달걀을 수출할 여력이 없다"며 "최대한 한국에 가져가 봐야 한주 90만개 안팎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정식 수출업자라면 매주 200만개 수출이 가능하다고 했을리가 없다"며 "한국 수입업자들이 정상적인 수출업자가 아닌 중간 사기꾼들과 접촉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국산 달걀의 최종 판매가는 유통 마진 등을 포함해 30개들이 한 판 4500∼6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봤다. 한 판 1만원까지 치솟은 국산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태국산 달걀은 대형 할인매장이나 슈퍼마켓보다 주로 소규모 식당이나 빵집 등에 납품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국내 달걀 소비량이 3000만∼4000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국산 수입이 수급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달걀 가격은 지난달 3일 제주 등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나타난 이후 상승세다. 이달 3일 기준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8019원으로 평년 가격(5435원) 대비 47.5%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1년 전(5378원)보다는 49.1% 비싸다. 지난달 2일 7839원으로 떨어졌던 달걀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서 80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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