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듯한 19세기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가 된 그림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화가 페르디난트 게오르그 폰 발트뮐러가 그린 '기다림(Die Erwartete)'이다. '기다림'은 1860년경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걸어오는 소녀는 손에 쥔 뭔가를 얼빠진 듯 바라보고 있다. 마치 아이폰처럼 생겼다.
독일 뮌헨 소재 노이에피나코텍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에서 소녀의 손에 들린 물건이 스마트폰처럼 생겼다는 글을 트위터에 처음 올린 이는 영국 글래스고의 전 공무원 피터 러셀이다. '소녀가 마치 데이팅앱 틴더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는 글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소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이폰이 아니다. 소녀는 찬송가 책을 보고 있는 것이다.
러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마더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의 변화가 그림에 대한 해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1850~1860년대 사람이라면 소녀가 푹 빠져 있는 대상이 성가집이나 기도문임을 금방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대인이라면 으레 소녀가 스마트폰에서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에 푹 빠져 있는 장면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옛날 그림에서 예기치 못한 장면을 접하게 된 사례는 또 있다. 1937년 움베르토 로마노가 그린 한 그림 하단에 앉아 있는 원주민 남성이 오른손으로 아이폰처럼 생긴 뭔가를 들고 신기한 듯 보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스미스소니언 국립 우편 미술관이 소장한 로마노의 이 그림은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를 개척한 윌리엄 핀천 일행과 북미 원주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국 청교도 출신인 핀천이 스프링필드를 세운 1636년 당시의 모습이니 아이폰이 존재했을 리 만무하다.
1995년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한 복싱 경기에서 한 관객이 스마트폰처럼 생긴 기기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도 있다. 영상 공개와 함께 또 '시간 여행자'라는 말이 나돈 바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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