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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마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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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위로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주말에 집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은 사람을 참으로 지치게 한다. 그리운 마음이 점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도.
누군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이런 먹먹함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그것이 바다밑에 가라앉은 마음이라도.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텔레파시를 보내서라도 상대의 마음을 간절히 읽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녀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낙조를 하고 그 일이 돌덩이처럼 마음을 짓눌렀다던 최은경씨(36세, 주부).
다리 한쪽을 절던 사랑 앵무새 하늘이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으리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음번엔 발도 무지 크고 몸도 아주 커다란 새가 돼 하늘 저 꼭대기 제일 높은곳에서 날아다닐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빨간 풍선을 좋아했으며 둥실둥실 달려있는 그걸 보며 장난치고싶고 즐거운 생각을 해 왔대요."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집에 빨간 풍선은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거실 한 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잊고 있었지만 열기구 모양의 빨간 장식이 두둥실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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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도 몰랐다. 동물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오랫동안 기르던 시츄 한마리를 심장병으로 잃었을 때 그의 직업은 웹디자이너였다.

집안에 죽은 강아지의 납골당을 만들던 날. 처음으로 죽은 강아지의 마음이 영상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조금 재미있게도 녀석의 첫 마음은 '분홍색 납골당이 갖고 싶다'였단다. 그날부터 김동기씨(49세, 수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됐다. 그와 통화를 해 봤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교감을 하는 일은 종종 일어났어요. 이를테면 기르던 개에게 회충약을 먹이면 이상하게도 10~15분 후 제게도 그 냄새가 나곤 했죠. 예전엔 캡슐에 든 회충약에서 석유 냄새 비슷한 것이 났었거든요"

그는 지금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이 고양이는 6년간 베란다에 갇혀 있었는데 한동안 밥도 안먹고 많이 할퀴었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가 무는 것은 처음 봤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 대화를 하고 마음이 풀어지고 난 지금은 안그래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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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동물의 마음을 받는 일은 보통 사진으로 이뤄진다.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동물로부터 전해져오는 마음이 사진이나 몇 초간의 영상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때로는 사람의 말로 하기에 적당한 단어가 없는 감정도 있다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일하면서 충격을 받은 적도 많다. 한 번은 개 두 마리 중 한마리가 물어죽였다며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의뢰인이 있었다고 한다.

"교감을 한 결과 사인은 자살이었어요. 그 집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너무 좋아했던 개 한 마리가 줄곧 우울증에 시달렸던 거죠. 얘가 자꾸 짖으니까 주인이 전세집에서 쫓겨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이 개가 나머지 다른 개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한 거에요"

김씨는 죽은 개가 친구에게 부탁해 자살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면서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이후 죽은 동물의 마음을 받는 일을 최근에는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는 김씨.

"죽은 동물과의 교감은 영혼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기가 빠져나가서 많이 힘들어요. 주인이 정 생활이 안되고 힘들 때는 도와드리는데 사인을 몰랐다가 죽은 사연을 알게되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라고 김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동물이 죽을 때의 감정이나 사고 현장 등이 전해져올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동물의 마음까지 느껴져서 운 적도 많다고 한다.

"동물들의 경우 육체에 대한 미련이 거의 없어요. 그냥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은 것 쯤이니 그리 불행한 일도 아닌 거에요"라고 그는 말했다.

김씨는 최근 하루에 3건~4건 정도 동물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건당 5만원 정도로 한 번에 7개 정도의 질문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의뢰는 사진 전송과 전화를 통해 이뤄진다. 유기동물을 처음 입양한 후 문제를 겪는 경우는 무료로 해 줄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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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오해도 많다며 안타까워하는 김씨. 특히 TV에서 본 것만을 토대로 단 몇시간의 대화로 반려동물의 행동 교정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라며 "잠깐의 대화로 금방 해결이 된다는 오해는 풀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그는 차분히 말했다.

그러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서 동물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변화를 시키는 과정은 그에게 여전히 행복한 일이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미소가 전달돼 오는 듯하다.

"상담을 통해 사람들과 동물들 사이에 행복함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저도 행복함을 느껴요. 진정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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