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감독들에 성용 필요성 조언해와
이제는 새 감독 눈에 들기 위해 홀로서기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완지시티에서 뛰는 기성용(28)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지도 모른다. 그를 잘 아는 앨런 커티스(62)가 수석코치직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스완지는 지난 6일(한국시간) "커티스는 앞으로 성인 1군 수석코치로 일하지 않는다. 23세 이하 선수들과 다른 팀으로 임대된 선수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성용은 커티스 코치와 6년 간 함께 했다. 2012년 8월 25일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 이적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당시 커티스 코치는 21세 이하 유소년팀을 지휘하다가 1군 수석코치가 됐다. 그는 기성용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팀 훈련 때마다 의견을 수렴하며 가장 어울리는 역할을 찾는데 앞장섰다. 커티스 코치는 기성용이 2013년 9월~2014년 5월 선덜랜드로 임대됐을 때도 그에 대한 정보를 팀에 전달했다. 기성용이 골을 넣으면 벤치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장면도 많았다.
커티스 코치는 기성용을 "스완지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감독대행을 맡을 때마다 기성용을 중용했다. 지휘봉을 임시로 잡은 기간(2015년 12월 9일~지난해 1월 18일, 지난해 12월 27일~지난 1월 3일) 열린 정규리그 아홉 경기에 모두 내보냈다. 여덟 경기는 선발, 한 경기는 교체였다. 기성용은 한 골과 도움 한 개로 화답했다.
커티스 코치는 감독이 되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 몽크 감독이 '감독을 맡아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미 흰머리가 많다. 머리가 더 하얘지는 것은 싫다'고 했다. 스완지 축구에는 나보다 더 젊고 유능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커티스의 부재는 기성용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수석코치로 일하면서 감독들에게 기성용의 포지션, 필요성 등을 조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기성용 스스로 능력을 보여주고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기성용은 지난 8일 영국 킹스톤 어폰 헐 케이콤스타디움에서 한 헐시티와의 영국축구협회(FA)컵 64강 원정경기(스완지 0-2패)에서 90분 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후반 31분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를 때렸다. 클레멘트 감독은 경기 후 "기성용의 공격가담이 좋았다"고 했다. 커티스 코치 없이 맞은 첫 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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