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 감사]일터지면 재탕·삼탕 감사만?…근본 대책 세워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동계올림픽 때마다 불거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둘러싼 논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인 특별감사를 통해 문제점들을 공표했으나 실효성 있는 조치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징계 조치의 한계와 뿌리깊은 파벌논란 등을 타개할 대안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지난 3월26일~4월30일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의혹과 빙상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했다. 지도자와 선수, 연맹임직원, 학부모 등 50명에 이르는 관계자들의 진술과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를 폭행한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전 코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총 수사 의뢰 2건, 징계 요구 28건(징계자 18명), 부당지급 환수 1건, 기관 경고 3건을 비롯해 모두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문체부는 지도자와 선수간 작전 지시 단계에서 소통이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경기 중 고의로 속도를 높이거나 뒤쳐지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연맹 행정에 비정상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던 2014년 3월 이후에도 외국인 지도자의 해임이나 새로운 지도자의 영입에 관여했고, 일부 선수들을 자신이 교수로 몸담고 있는 한국체육대 빙상장에서 특별 훈련하도록 조치하면서 부적정한 지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했다.

팀워크 논란을 빚은 여자 팀추월 대표팀/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밖에 빙상연맹이 2016년 폐지된 상임이사회 운영을 지속하면서 대표 선수 선발이나 유니폼 후원사 계약 등 410건의 주요 심의사항을 의결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부당하게 운영하거나 비상근 임원에게 정관을 어기고 업무활동비를 지급하고, 임원에게 부적정한 전결권을 주는 등의 부실한 행정처리도 적발됐다. 이 가운데 쇼트트랙 지도자의 심석희 폭행사건과 대표팀 경기복 선정, 후원사 공모 과정의 비정상적 운영 등 2건은 수사 의뢰 대상이다. 나머지는 관련자 징계나 연맹에 대한 기관경고, 나아가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 등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빙상연맹의 미흡한 행정과 전 전 부회장을 둘러싼 권한남용 등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을 전후로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도 문체부가 특별감사를 추진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으나 실제로 징계를 받거나 지적된 개선사항들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감사결과에는 평창올림픽뿐 아니라 2011년과 2013년 빙상계에서 벌어졌던 비위행위들까지 담겼다. 사실상 이전에 제대로 된 조사와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노 차관은 "4년 전 감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고, 담당자가 누구였는지 확인을 못 했다"며 "과거에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으면 이번에는 발생하지 않을 사항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인된 모든 사실들을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체육계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처리하는데 있어 사법부 등 많은 기관과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관련 부처와 협업할 수 있는 스포츠윤리위원회라는 독립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체육계의 시선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는 일반 국민의 기준과 사회의 통념적 기준으로 특정 사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과 조직 구성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