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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뉴웨이브] 한국식 기업지배구조의 미래는

최종수정 2018.09.04 14:34 기사입력 2018.09.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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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뉴웨이브] 한국식 기업지배구조의 미래는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부의 대물림'이다. 대기업 총수가 회사를 물려줄때는 '금수저 논란'부터 '족벌 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중소ㆍ중견 기업의 승계에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시행중이지만 향후 10년 동안 동일 업종을 유지하고 정규직의 80% 이상 고용 유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부의 대물림'을 막자는 정책이 기업들의 성장욕구를 막고 회사조차 물려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적정한 부담을 지고, 기업을 승계 시키는 길을 터줌으로써 기업가들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고,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재계뉴웨이브] 한국식 기업지배구조의 미래는
◆세계 1위 강소 기업도 세금 때문에 팔아야 하는 현실= 제조 중견기업 A사 오너는 아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신 매각처를 찾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살짝 웃도는 매출 때문에 경영권을 넘길 경우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상속세를 낼 방법은 지분 매각 밖에 없지만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낼 경우 경영권을 상실하게된다.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마련할 길도 없어 결국 회사를 매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또 다른 중견기업 B사는 가업상속공제로 상속세를 일부 감면 받았지만 걱정이 크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주력 업종을 변경해야 할 처지지만 상속세를 감면 받은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변경할 경우 감면 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한다. 현 업종을 그대로 유지한다 해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 고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용규모가 줄어들 경우 감면 받은 금액을 다시 추징당하기 때문에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대신 그때 회사를 매각했어야 했다는 후회만 거듭되고 있다.
각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기업들 역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진다. 세계 1위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의 김성훈 대표는 창업주 고 김덕성 회장이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나며 1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물려 받았는데 상속세 50억원을 부과 받았다. 김 대표는 재원 부족으로 결국 지난해 11월 보유 지분 300만주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 외 1인에게 매각한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세계 1위 손톱깍이 업체 쓰리세븐 역시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지난 2008년 별세한 뒤 유족들에게 약 15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당초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일본은 2025년 '승계대란' 대비 상속세 유예= 일본 정부는 조사 결과 2025년경 주요 기업 대부분이 승계에 나서는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상실, 폐업 등의 위기가 감지되자 비상장 주식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일부 유예하는 '사업 승계 세제'를 확대 개편하고 나섰다. 현재 전체 주식의 3분의 2에 대한 세액의 80%가 유예 대상이다.

실질 상속세 유예 대상은 상속 받은 주식의 세약 중 53% 수준에 불과해 승계 대신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올해 유예 주식수를 기존 3분의 2에서 전체로 확대해 상속세 중 최소 80% 이상을 유예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유예 조건도 완화한다. 현재는 5년간 고용율 80%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속세 전액을 일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는 재계 의견을 받아들여 조건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친족 외 경영자나 외부 기업이 인수합병(M&A)를 통해 경영권을 이어 받는 경우 등록 면허세, 부동산 취득세를 경감해주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일본 정부가 재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상속세 완화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정반대다. 현행 상속세율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를 60%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과 승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 정부가 기업의 승계를 일자리를 유지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계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해 지배구조 개혁 유도해야"= 재계는 다양한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한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지배구조는 1960년에 제정된폴크스바겐 특별법에 의해 규정돼 있다. 특별법은 1959년 독일 연방정부와 니더작센 주 사이 체결된 협약에 기초하며 주요 내용은 폴크스바겐의 주요 의사결정을 21% 의결권을 보유한 니더작센주가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때 유럽집행위가 이 법의 일부 조항들이 타 유럽국가들의 투자를 막는다며 지적한 바 있지만 독일 연방정부와 EU의회는 여전히 이 법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미디어 그룹 로더미어는 무의결권 제도를 갖고 있다. 전체 자본금의 95%를 차지하지만 의결권을 갖지 않은 주식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놓고 5%에 불과한 보통주에만을 부여했다. 전체 자본 중 3.1%에 불과하는 보통주를 가진 로더미어 영속 유한회사는 63.1%에 달하는 절대적 의결권을 행사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투자회사 인베스터가 가진 핵심계열사의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럽 300대 기업중 59개 회사는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외부 투자자가 일정 한도 이상으로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소유권 상한제는 300대 기업중 약 5%인 15개 기업이 갖고 있다. 주식수와 관계없이 특정 결정에 관한 배타적인 권한을 갖는 우선주는 300대 기업 중 4%, 총 11개 기업이 갖고 있다.

나라마다 경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기업이 소재한 지방정부에게 특정권한을 주는 주식을 발행하는 '황금주' 제도도 유럽 300대 상장기업 중 5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공통적인 부분은 경영권 장치를 보입해 지배구조 개혁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경제학자 아서 오설리반 교수는 저서 '도시경제학'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는 가장 기업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지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진행돼야 한다"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 거래 등을 통해 각 국가 경제시스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만큼 기업 예산이 어떻게 할당되느냐에 따라 한나라 경제의 성과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 시민단체들의 주장중 하나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문제 해소와 이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 주요 해외 언론, 외국계 투자은행(IB),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은 기업지배구조를 놓고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흡사할 수록 높은 점수를 매긴다. 투명성이 높고 오너 일가가 아닌 경영 전문가인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맡으며 효율이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재계 관계자들은 실상은 다르다고 얘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한결같다"면서 "이사회, 전문경영인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로 바뀌어야 주가와 배당 위주의 경영을 하게 되고 그래야 자신들이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로 지배구조 개편을 한 뒤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다 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내부지배구조와 기업의 조직형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전략적 선택사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적폐라는 프레임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지배구조에 나서고 이를 기업들에게 설득하는 과정 없이 한국식 지배구조 개편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며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만 해도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오너 차원의 전사적인 결단이 없다면 이를 해낼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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