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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에서 인프라 시대로]개도국 시절 그대로…낡은용어 갇힌 대한민국

최종수정 2018.08.20 13:33 기사입력 2018.08.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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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토건산업' 이미지 한계…인프라 패러다임 재정립 필요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SOC 용어 자체를 인프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60년대부터 정부 예산 항목에 공식적으로 편성된 SOC는 학술적으로는 다양한 의미를 담은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를 뜻하지만, 주로 개발도상국의 도로ㆍ철도ㆍ다리 등 대규모 기반시설에 개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SOC하면 토건산업이란 이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2005년 SOC를 사회기반시설이란 용어로 바꾼 것도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SOC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사회기반시설을 의미하는 ‘인프라’를 사용하며 경제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관련기사 5면

16일 법제처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2005년 1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됐다. 당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시설이라는 표현 대신에 사회기반시설로 법률 이름을 바꾼 이유는 SOC라는 개념의 한계 때문이다.

사회간접시설을 의미하는 SOC는 ‘Social Overhead Capital’을 줄인 말이다. SOC는 주로 철도와 도로 등 산업기반시설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의미의 사회기반시설로 의미를 확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프라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개정된 법률을 공포했지만, 지금도 공문이나 각종 자료엔 SOC라는 단어를 더 널리 사용 중이다. 문 대통령의 생활 SOC 투자 확대 주문과 관련, 일각에서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자 단기간에 경기 부양 효과를 내는 SOC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SOC의 개념적 한계가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생활 SOC는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사업으로, 토건 산업이란 의미보다는 OECD 국가가 사회기반시설 의미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프라 정책과 비슷한 개념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인프라 투자에 1조5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교통부는 ‘미국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대통령의 계획안’ 보고서를 마련했다. 영국은 재무부 산하에 인프라사업청(IPA)을 두고 인프라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IPA를 통해 5년간 인프라 조달계획과 우선순위를 담은 ‘정부건설전략 2016-2020(GCS 2016-2020)’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은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통해 공공 시설물의 안전 제고, 성능 개선을 위한 유지관리 업무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호주는 인프라호주(IA)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재원조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도 공식 보고서에 SOC가 아닌 인프라를 사용한다.
문재인 정부도 SOC의 개념 확장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신설ㆍ정비가 반드시 필요한 전국 단위의 인프라 가운데 지역밀착형 생활 SOC로 분류되는 것만 약 70조원 규모 700여개 사업으로 추산된다”며 “지역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을 총칭할 용어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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