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이슬 밟으실 고객들을 위해 매일 저녁 디봇도 가다듬고, 벙커도 예쁘게 마무리합니다. 그러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침에 코스에 나가보니 벙커마다 온통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7년이 넘도록 코스를 돌아다녔지만 그 주인과 마주친 건 단 세 차례뿐입니다. 저와 고객들보다 자기가 더 놀라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밤새 코스를 뛰어다녔다는 흔적을 발자국으로만 남기는 친구들입니다. 하도 오래 전에 만난 터라 겨울은 잘 보냈을까, 지금은 식구가 더 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고객들도 가끔씩은 물어봅니다. "이 발자국은 뭐지?". "고라니예요"라고 대답하면 이 섬에 고라니가 살고 있다는 자체가 참 놀랍다고 하십니다. 해가 뜨면 제 놀이터를 골퍼들에게 내어주고 해가 지면 다시 코스로 나와 신나게 뛰어노는 고라니들이 아무도 밟지 않은 벙커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코스의 밤손님 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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