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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블로그]멀어진 스위스 여행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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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중립국. 알프스의 나라. 명품이 즐비한 나라. 잘 사는 나라.

우리가 알고 있는 스위스의 이미지다. 스위스의 이국적인 풍경은 사시사철 전 세계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 한다.
기자 역시 그랬다. 대학 2학년. 이제 막 해외여행 자유화가 풀린 직후였다. 배낭 하나 메고 떠났다 만났던 스위스의 모습에 반해 십 수 년 뒤 신혼여행지로 스위스를 결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겨울에 본 스위스는 여름과는 또 달랐다. 그 후로도 스위스는 언제든 다시 가보고픈 여행지로 남아있다.

단 스위스 여행은 문제가 하나 있다. 살인적인 물가다. 독일이나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기차를 타고 스위스에 내린 후 지갑을 열다 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마침 이 달 초 스위스를 다녀온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는 "햄버거 하나 사먹기도 살 떨린다"고 현지 물가를 표현했다. 국경을 넘었을 뿐 인데 저녁을 먹는 비용이 배로 늘었다고 했다.
전 세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빅맥' 지수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빅맥 햄버거가 가장 비싼 나라다. 햄버거 하나에 7.54달러 우리 돈으로 8170원이다. 그렇다. 이게 스위스 물가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 환율 보장제를 폐지하며 프랑화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이전보다 스위스 여행비용이 적어도 20%는 상승했다. 안그래도 어려운 스위스 여행에 더 큰 장벽이 생긴 셈이다.

또 다른 지인은 국내에 있었지만 스위스 중앙은행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 평소 다양한 투자를 하던 이 지인은 "스위스 프랑 연계 상품 투자 잔고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혼란은 처음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는 스위스의 독특한 상황에 기인한다. 스위스의 통화는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금, 달러, 엔화, 국채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 안전자산의 가치 상승은 그만큼 현 상황이 불안하다는 의미이다. 미국 달러도 강세이고 국제 금값도 130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세계 경제는 부진하고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각종 테러 소식이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안전 자산의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물론 기자의 지인만 돈을 잃은 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술로 시름을 달랬을 것이다. 물론 돈을 벌은 이들은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투자자들만 당황한 것 아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스위스의 전격적인 행동을 보며 대응에 나섰거나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안전지대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이 이유일 뿐이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더 부자가 된 스위스 인들이 부럽기는 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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