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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최루탄 국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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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야이, ○끼야!" "개○끼들이…." 2011년 11월22일 오후 4시. 욕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주먹다짐을 앞둔 시정잡배(市井雜輩)들의 으름장이 아니었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에서 오갔던 여야 의원들의 대화였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위해 의장석을 확보했다. 기습 점거 작전에 따른 전리품이었다.

의장석은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차지했다. 그의 주변을 호위무사(?)들이 에워쌌다. 야당 의원들은 '공성전(攻城戰)'에서 허를 찔린 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부 비판 현수막을 준비했지만 금세 빼앗겼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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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의 흡족한 웃음이 퍼질 찰나…. 의장석 바로 밑에 있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캔 음료' 크기의 원통형 용기를 손에 움켜쥐었다.


얼마 후 '펑!' 소리와 함께 하얀 분말 가루가 퍼졌다. 최루가루가 들어 있었다. "최루탄이다!". 외마디 외침이 퍼지면서 의장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 의원은 자신의 양복에 묻어 있던 최루 분말을 의장석을 향해 털었다. "야이, 미친 ○끼야!" 다시 욕설이 시작됐다. 곧이어 김 의원은 끌려 나갔다.

'최루탄 국회'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야 모두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다시는 '최루탄 국회'의 부끄러움을 후대에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해법이 마련됐다. 2012년 5월 만들어진 해법이 바로 '국회 선진화법(몸싸움 방지법)'이다. 이제 힘이 센 자가 국회를 지배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7년의 평화'를 짓밟았다. 2019년 4월 '의원 감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장에 있어야 할 '빠루(노루발)'가 국회에 등장했다. 다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루탄 국회' 이듬해 치른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 62%가 물갈이됐다. 민심의 호된 심판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라고 다르겠는가. 국회라는 '우리'에 갇혀 사는 분들만 그걸 모르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류정민 정치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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