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평 새 기회 주제어는 콘텐츠와 플랫폼 서비스다. 생산과 유통, 마케팅을 가리키는 이 둘은 예전부터 어엿한 키워드로 부각돼왔지만 이번 대변환기에는 사뭇 다른 의상을 입고서 찾아 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헤드라인을 체크해보자.
요약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 넓힌 기술 고속도로를 누빌 멋진 새 자동차는 5G로 세팅되고 있고 이제 필요한 것들은 다름 아닌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로서 콘텐츠라는 얘기다. 개그우먼 이영자가 스토리텔링한 대로 휴게소 식도락 메뉴 구슬 서말을 꿰어낸 새 열매인 콘텐츠가 나와줘야만 쓸모가 있다. 콘텐츠 메뉴 자체가 홀릴 만해야 어마무시한 투자를 수반한 5G 통신 토목 공사도, 스마트폰 스마트 포털, 슈퍼 플랫폼 유통도 본전 이상을 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TS와 엑소, 트와이스 같은 문화 콘텐츠가 십리 밖까지 불고기 냄새를 진동시켜야만 ICT 첨단 기술과 거대 인프라도 비로소 살아난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광경이다.
한동안 기술결정론에 의존해왔던 콘텐츠 문화산업이 드디어 전면에 나서는 역사적인 찰나이기도 하다. 기술 의상을 마침내 벗고 문화산업 의상으로 화려하게 갈아입은 콘텐츠는 지금 어디가나 누구나 대환영이다. SK 텔레콤은 이번 CES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부스를 열어 가상현실(VR) 노래방 등 다양한 체험존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올해 20주년 기념으로 CES에 첫 등판한 네이버는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을 주제로 신대륙을 노크했다.
이런데도 한국의 C는 아뜩하기 짝이 없다. Content가 문화산업 의상을 걸치자 별안간 창조경제 꼴뚜기가 달라붙어 적폐 낙인을 지져 놓았다. 벌써 3년 전 악몽이지만 우리 콘텐츠 마을 전체는 여지껏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CJ는 영화 드라마 예능 국내 챔피언이라지만 지난해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만 8조원을 들이부은 넷플릭스와 나란히 서있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N은 한계 혼수상태다. 세계 최초 온라인 게임을 내놓은 넥슨은 급매물 입질로 먹히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성공 벤처 네이버는 생존을 위해 이병헌도 전지현도 잘 모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스탠퍼드에 연구실 마스터 키를 넘기려 한다. '스윙키즈'로 호평을 받은 영화사 NEW도 선전했건만 '아쿠아맨'과 '보헤미안 랩소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어물전 망신에 동네북 3년 고초를 겪은 한국의 문화산업 멈춘 화면을 되살릴, 다시 시작을 실행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결백한 피해자 문화산업을 껐다 켜야만 난세의 영웅 콘텐츠를 품을 수 있다. 삼성도 LG, SK, 네이버도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슈퍼 콘텐츠와 하이파이브를 꿈꾸는 그 간절함이 보이질 않나?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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