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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약시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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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의 청약경쟁률만 보면 주택시장은 호황이다. 지방아파트 값은 수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급등하던 서울 아파트값도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거래량이 감소하고 공급량도 줄고 있다. 그런데 유독 신규 분양시장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고주택시장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연일 수십대 일의 단지가 쏟아지고 견본주택에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로또분양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분양만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청약시장에 초집중돼 있다. 청약제도는 주택이 부족하던 시대에 주택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도입한 주택배분규칙이다.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은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청약가점을 계산해보고 1순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사람들은 자격조건이 되면 원하는 지역에 공급된 주택에 청약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은 비슷하다. 좋은 입지, 싼 가격, 고품질의 주택을 원한다. 그런 주택은 늘 경쟁률이 높다.
2017년 전국 청약경쟁률은 평균적으로 12.4대 1이었다. 주택 100가구를 공급했을 때 원하는 사람이 1250명이었다는 이야기다. 올 10월 기준으로 전국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5.4대 1이다. 경쟁률은 지역마다 다르다. 광주광역시 94.2대 1, 서울 56.3대 1, 대구 29.6대 1이다. 반면에 도지역은 6.0대 1로 서울이나 광역시보다 낮았다.

수치로 나타난 경쟁률만 본다면 청약 수요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밀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청약시장을 볼 수 있다. 올 10월까지 분양한 단지는 모두 297개다.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선 로또청약은 15개 단지에 불과하다. 15개 단지에서 총 9188가구를 공급했고 1순위 청약자가 약 72만명 몰렸다.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첨이 되면 그야말로 로또다. 그러나 청약경쟁률이 제로(0)인 단지도 17개나 된다. 오히려 로또단지보다 많다. 17개 단지에서 5072가구를 공급했지만 아무도 청약하지 않았다. 청약시장의 전혀 다른 모습이다.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넘는 로또단지도 있지만 청약자가 전혀 없는 쪽박단지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접하고 선택하는 정보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 대박 난 정보를 접하면서 청약을 꿈꾼다. 어려움을 겪는 단지정보에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정보 왜곡으로 소비자와 사업자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렵다. 때때로 소비자는 로또분양을 기대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시장에 참여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건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면 청약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2017년 분양단지는 499개 단지다. 이 중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된 단지는 159개에 이른다. 전체 분양단지의 32%를 차지한다. 1순위 청약미달 단지 비중은 2018년에 39%로 늘었다. 반면 100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로또단지 비중은 2017년 15%였지만 2018년에는 5%로 줄었다. 로또단지가 줄고 청약시장 분위기도 나빠졌다. 게다가 청약경쟁률이 매우 높은 단지는 총가구 대비 일반공급 주택수가 적은 단지라는 특징이 있다. 즉 조합원분을 제외하면 일반공급분이 매우 적은 재건축ㆍ재개발과 같은 단지가 청약경쟁률이 매우 높다. 이런 단지가 서울이나 광주, 대구 등 일부 지방광역시에 많아 이들 지역의 청약경쟁률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모르는 소비자들은 지역시장 전체가 좋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청약경쟁률만 믿고 시장을 진단하면 안 된다. 소비자와 공급자는 이원화되고 있는 청약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와 언론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청약시장의 질서가 회복되고 청약제도 본연의 취지를 되살릴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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