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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통신보안 선로보안 나라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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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 강릉발 서울행 KTX 탈선까지 합하면 지난달 19일 이후 3주간 10건이나 KTX 사고가 이어졌다 한다. 교통ㆍ물류ㆍ국토 대동맥 보안에 구멍이 났다.

통신 백본망 보안도 뻥 뚫렸다. 11월24일 KT 아현지사 화재는 인근 지역 전화망, 인터넷망 통신 장애 발생에 그치지 않고 우리 군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5개, 군사정보통합시스템(MIMS) 4개, 국방망 14개, 화상회의 회선 5개 등 군 내부 망 28개 회선을 불통시켜버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남태령 벙커에서 한미연합사령부로 연결되는 KJCCS도 KT 화재로 두절됐단다.
국내에서 KT, KTX 통신 보안과 선로 보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사이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특수한 보안 냉전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겸한 만찬을 하던 지난 1일 미국이 캐나다의 협조를 받아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것. 이를 두고 BBC 뉴스는 "왕국의 공주를 인질로 잡아간 미국의 속내"라거나 "도망칠 길은 없다"며 진단에 나섰다. "화웨이가 중국 기술력의 '왕관'이라면 화웨이 회장의 장녀이자 재무 책임자인 멍은 사실상 공주"나 다름없기 때문에 결국 화웨이가 출시한 5G 모바일 기술을 겨냥한 미국의 작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BBC는 풀이했다.

이건 또 뭐냐면 우리 KT, KTX를 우왕좌왕하게 한 통신 보안, 선로 보안 수준을 훨씬 웃도는 기술 보안, 군사 보안, 나라 보안 문제가 터진 사안이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 한국과 캐나다 어디 미ㆍ중 무역 분쟁 전선에서 터진 이 일련의 보안 사태 시리즈는 원천에서 상통하는 뭔가 칙칙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우선 무엇보다 철저하게 경계해야 할 고수익 고위험 중독증을 들춰내지 않을 수 없다. KT 통신 기간망 보안만 해도 저비용 고수익 곡예비행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잘못된 믿음에 도취한 탓이다. 선진 대기업들이 3중, 5중 망으로 시스템을 정상 운영한 반면 은행, 카드사와 KT 당사자는 사고 후에나 이중 복수 회선을 백업 망으로 신설하는 대책 마련에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신망 보안 사고가 터질 경우 엄청난 피해가 따를 것을 알고서도 돈 안 쓰는 저비용 루트로 고수익에만 도달하자는 알량한 경제성 신앙이 부른 어리석은 화근에 다름 아니다.
아니, KT와 그네들이 역사가 새겨놓은 엑손 발데스 유조선 재앙을 알고서도 이중 복수 회선 투자를 외면했다면 그것은 범법자 무리와 똑같다. 1989년 알래스카 바다에 좌초한 유조선의 기름 유출로 약 50만마리의 바닷새와 수백 마리의 바다표범이 몰살됐으며 수많은 연어 산란지가 파괴된 역사적 사건이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선박 보안, 자연환경 보안 교훈을 남기지 않았던가. 그때 조선 업계는 유조선 이중 선체 건조를 의무화했다. 당연히 같은 원리에 따라 통신 업계도 이중 복수 회선 의무를 준수했어야 옳다.
KTX 선로 보안, 열 수송관 파열이 까발린 각종 배관 파이프 보안도 어김없이 닮은 고수익 고위험 병증이다. 이중, 삼중으로 안전망을 쳐놓고 달리게 하고 흐르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킬 신념 무장은 온데간데없고 초급행 졸속 저비용 고수익 그리고 고위험으로 쳇바퀴 도는 악순환만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거리는 '화웨이 인질극'도 영락없는 고수익 고위험 카지노 경제, 잭팟 비즈니스 상업주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B급 스파이 영화 느낌이다. 본질에 도사리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5G 기술 고지전에 나선 미국 동맹과 중국 일대일로 동맹의 대결 구도가 '나라 보안' 냉전 액션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잽싸게 일본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IT 기업 화웨이와 ZTE의 제품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가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고 일본 정부가 화웨이 제품을 분해한 결과 하드웨어에서 '불필요한 것'이 발견됐다는 민감한 일본 뉴스도 발신되고 있다.

제목 '전격 5G 작전'쯤으로 크랭크인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다. 5G 변천사에 나오는 대로 스웨덴 엔지니어가 개시하고 실리콘밸리,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 중국 화웨이ㆍ샤오미 등등이 앞다퉈 경쟁해온 국부 원천 기술 쟁탈이 어느새 비등점을 넘어 나라 보안 냉전 이슈로 넘어갈 위태위태한 모양새다.

이 판국에 여태껏 빨리빨리 한탕주의 카지노 문화에 젖어 통신 보안, 선로 보안 줄줄 새는데 이골이 난 이 나라는 괜찮을까? 나라 보안 지켜낼 칠흑 싱싱한 정신 보안을 갖추고 있는가?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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