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새삼 든 생각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가까운 이들 가운데 유명을 달리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새삼 매사를 정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더니, 비로소 주위 사람들의 지혜가 귀에 들어왔다.
한 후배는 "이제 옷을 하나 사면 반드시 하나는 버리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를 새로 마련한다는 것은 안 입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했던 까닭에 옷의 잔고가 제법 됨에도 불구하고 아예 새 옷을 사지 않고 지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배는 블라우스를 사면 블라우스를 총정리하여 하나를 버리고, 새 스커트를 마련하면 반드시 기존의 스커트 하나를 버리는 식으로 옷장 안의 절대치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 지인은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값비싼 그릇들이 수십 년이 지나니 저절로 잔금이 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모셔 놓은 그릇들을 죄다 꺼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 홀로 세대'에 접어든 이즈음에는 '집에서 식사 초대하기'와 같은 생활방식은 아예 자취를 감춰 '접대용 그릇'을 사용할 일도 없는 데다, 사기그릇도 사용하지 않으면 건조해져 균열이 생기니, '그릇 대물림'이란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욕망으로, 혹은 추억의 이름으로 필요와 상관없이 지니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세밑이다. 한 해를 갈무리하며 지금의 삶의 방식과 결별하고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이' '더 새로운'에 사로잡혀온 우리네 생활 방정식을 '최소한' '되풀이하는'과 같은 미니멀리즘의 공식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몰되고, 유튜브 조회 수에 목을 매는, 허망한 디지털 세상의 네트워크까지도.
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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