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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한국자동차산업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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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때 반질반질한 작업복을 입고 평생 자동차 부품 산업에 매달려 왔지만 요즘처럼 맥 빠지고 허무한 적도 없던 것 같다. 나와 우리 직원들의 밥줄인 한국GM이 최근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협력업체로 부품을 만들며 혁신을 무기로 30년을 넘게 매진해 왔지만 최근 뜻하지 않은 여러 가지 외부적 충격으로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 내몰리니 어떻게 뚫고 가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GM과 다른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얽혀있는 모든 업체와 종사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게다. 지금 사태를 방치한다면 내 사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한국 경제의 심각한 내상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더 절박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체들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국내에는 한국GM을 포함한 7개 업체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GM은 외국투자기업이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추이고 미래 한국 경제를 견인할 대안 기업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라는 불가피한 경영합리화 조치로 한국GM의 철수설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GM의 공식적 부인에도 불구하고 철수설이 퍼지면서 한국GM의 회사 이미지는 '먹튀'로 덧칠해져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락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국민 일자리 소멸 우려와 함께 신속하게 예산을 투입하며 경제 혼란을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정이 이런데도 철수설을 전파하는 세력들은 과거 GM이 호주, 독일 등의 외국에서 했던 사례를 들며 한국GM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들 뜻대로 철수가 현실화되면 한국 사회는 회복이 어려운 혼란으로 빠져드는 데도 말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그리 미우면 떡을 하나가 아니라 두서너개 정도 더 주고 얼리고 달래서라도 같이 가야 하는 게 한국GM 사태의 해법이다. 한국GM 노조의 경직성은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현대가 포니를 미국에 상륙시킨 이후에 줄기차게 성장해 왔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 외에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자기브랜드를 내세워 자동차를 생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적 산업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우리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던 자동차 산업은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시중 금융권은 우산 뺏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은 시장경제를 가장 중시하는 미국에서조차 과거 GM이 파산하자 불과 2~3주 만에 엄청난 양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냈을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당시 미국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사회적 공론화 같은 요식 행위조차 생략하고 GM을 살려 낸 것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며 기름밥을 먹다 보니 어느 새 환갑이다. 고향과 서울에서의 학창시절을 빼면 약 3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부품 만들기에 매달린 셈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 주거래은행인 경기은행의 파산, 대우자동차 부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 부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극단적 위기를 맨몸 하나로 이겨내며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최근 추락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매일을 견디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라는 희망의 구호가 그리 절절하게 공감돼 들리지 않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심각한 경쟁력 저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비용과 저효율이 자동차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존재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을 후손들에게 미래의 먹을거리로 물려주기 위해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회적으로 절박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경쟁력이 뒤진, 금융권에서 환영받지 못한 자동차 산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살려야 한다. 양보와 사회적 대 타협으로 자동차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다. 꿈이 아닌 현실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한다.
문승 (주)다성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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