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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 호황과 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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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는 탄탄대로였다. 걸프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그의 지지도는 90%에 가까웠다.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거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는 공고해 보였다. 그런데 선거일이 닥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시 정권의 지지부진한 경제정책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빌 클린턴을 새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클린턴 캠프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를 내세워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지금까지도 경제 이슈가 대권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다.

지난 한달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변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백악관 내 저항세력을 자처한 익명의 측근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했고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가 '공포 속의 트럼프 백악관'이라는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지금부터 한달 반 뒤인 11월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1/3, 그리고 절반 이상의 주지사들을 새로 선출하게 된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만큼 사실상 중간평가나 다름없다.
요즘 미국은 대부분 지역에서 경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어느 곳이든 대규모 주택단지나 고층건물들이 앞다퉈 신축되는가 하면 쇼핑센터마다 고객들로 북적댄다. 여기에다 셰일 석유 채굴량이 크게 늘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석유수출국가가 됐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4.1%였고 실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호황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불과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끔찍한 경제불황에 빠졌던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낮은 실업률과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분명 호재다. 심지어 학자들도 이 같은 경제 호황에 대해 친기업 감세 정책과 노동자 권익보호, 보호무역 등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전략으로 자신의 경제 업적을 집중 부각하려고 한다. 원래 잘되는 일은 내 탓, 못된 일은 남 탓하기로 유명한 트럼프인지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동안 야당이 외쳐온 자신에 대한 탄핵이 이뤄질 경우 순식간에 미국 경기가 후퇴하고 증권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호황이 계속되면 중간선거 결과가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과 여당인 공화당에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유권자들이 경제 이슈보다는 정치와 인권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속하고 인종차별적인데다 거짓말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야당인 민주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실제로 선거 유세전이 한창인 여러 주에서 야당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등 적어도 연방 하원은 여소야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여전히 경제 이슈가 중간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나 외교 문제에 몰입하기보다 자신이 미국 근로자 계층을 보호하고 지금의 호황을 불러온 경제 구세주라는 홍보에 치중할 것을 주문한다. 미국 경제가 앞으로 한 두 해 더 잘 굴러간다면 2년 뒤엔 대통령 재선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호황 속에서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헌식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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