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未堂)의 시는 욕을 참으로 많이도 본다. 쓰윽 들여다보면 알 것도 같으니 묵객과 선비는 물론이요 잡놈도 입을 댄다. 세상은 바뀌어 시인입네 평론가입네 자칭하는 무리가 허다하다. '관능'이니 '신라정신'이니 몇 토막 주워 섬기면 도통한 흉내도 수월하니 어찌 큰 유혹이 아니겠는가. 시의 주인에게 허물이 작지 않으매 '민족혼'을 들먹이면 짐짓 결기를 시전하기에 족하다. 시선(詩仙)이요 시성(詩聖)이라는 찬사에 원한을 품었기에 시귀(詩鬼)를 입에 담아야 직성이 풀리는 독한 혀가 허다하다. 맑은 숲에 독향(毒香)이 없으니 극한 언어는 말하는 자의 내면에 자욱한 유황의 연기로다.
성대를 울려 소리를 만들고 의사를 주고받는 기능을 후손의 대에 이르러 내다버리지는 않았으리. 티라노사우루스도 결코 울부짖는 동물은 아니었으리라. 몸무게가 5~7t이나 나가고 키 6m, 몸길이는 무려 12~15m에 이르는 녀석이 소리를 냈다면 아마도 사냥을 마치고 헉헉거리며 먹이를 물어뜯을 때의 가쁜 숨소리, 강한 턱으로 살을 찢고 뼈를 물어 으스러뜨릴 때 나는 끔찍한 분쇄음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 째진 아가리와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아무리 보아도 서로 어울려 발음을 하고 그로써 생각을 나누게 생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공룡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황홀한 교미를 한 결과 새끼들을(비록 알이지만) 분만했으리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수많은 이론이 공룡 멸종의 근거와 과정을 설명한다. 66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분진 수백 만t이 태양을 가리자 단기간에 지구가 냉각되고 식물이 자생하지 못하게 된 결과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이 차례로 사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나는 입 맞출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사랑의 불가능함, 그 서글픔 속에 멸종의 필연이 잠재했다고 믿는다. 고통조차 나눌 수 없었던 지독한 단절과 침묵의 숙명에서 '소리 잃은 채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 반만 년 반도의 족속을 떠올린다. 그 남북의 무리가 묵언(默言)의 빗장을 차례로 풀고 입술을 열어가는 이 장관이 그래서 나에게는 절멸의 위기를 넘어 삶으로 가는 혈로(血路)처럼 보인다. 이번엔 싱가포르, 6월12일이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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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연봉 1위는 민희진…노예 계약 없다" 정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