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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복지국가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을 기다리며

최종수정 2017.04.26 09:49 기사입력 2017.04.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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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정책혁신가

최병천 정책혁신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이제 십여 일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현대정치사는 거대한 시민항쟁을 자기 동력으로 발전해왔다. 1960년 4.19의 에너지는 이후 '산업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집결됐다. 그러한 시대적 과제와 대결하던 이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로부터 27년,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6월 항쟁의 에너지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집결됐다.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순차적인 대통령 당선은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상징한다. 그로부터 다시 30년, 2017년 대통령을 탄핵하는 거대한 시민항쟁이 벌어졌다. 아마 20세기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연인원 1500만명이 참여한 거대한 시민항쟁이었다.

4.19는 산업화의 에너지가 되었고, 6월 항쟁은 민주화의 에너지가 되었다. 그럼, 2017년 탄핵에 담겨있던 국민적 열망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치 지도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치지도자는 '복지국가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이다.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으라면 불평등, 저성장, 안보 불안의 해소이다. 한국 정치에서 '복지' 이슈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쟁점이 되면서이다. 2010년 무상급식 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복지 정책이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부상됐고, 그리고 무엇보다 복지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승리'했다는 것에 있다. 이를 흔히 '복지동맹'이라고 표현한다.  

복지동맹의 강력한 파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적인 정치인이었던 박근혜 후보조차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기초연금 도입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도록 압박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복지 정책 그 자체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합의적 이슈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사회는 압축적으로 복지체험과 연동된 증세체험을 했다. 무상보육의 재원을 둘러싼 논란, 반값등록금의 실효성 논란, 연말정산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던 논란, 담배값 논란, 공무원 연금 개혁 논란 등이 그렇다. 이 모든 이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즉, 증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이다.

의원내각제와 비례대표제가 일반적인 유럽에서 복지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증세 이슈는 독자적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승자독식형 한국의 선거제도는 '반대의 결집'을 촉진하는 성격이 있다. '증세 반대'는 정치적으로 매우 먹음직한 먹잇감이다. 동시에 한국정치사에서 '증세'를 화두로 꺼낸 대표적인 사례는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의 부가가치세 도입과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 도입이었는데, 두 사례 모두 그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공약과 그에 소요되는 재원규모를 제출했다.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심상정 후보 정도를 제외하면, '공약은 50조원짜리, 재원마련은 5조원짜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들 후보들은 대부분 '재정지출 절감'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넘어가고 있다.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탄핵의 에너지와 국민적 열망을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으로 결집시키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복지체험과 연동된 증세체험이되, 정치적으로 51% 이상의 다수파 지지를 받는 국민적 체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병천 정책혁신가·前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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