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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청와대라는 마음의 감옥

최종수정 2017.04.01 04:04 기사입력 2017.03.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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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소통부재가 박근혜를 추락시켰다. 재직시절에만 서면보고에 의존한 것이 아니다. 그전에도 그후에도 쪽지와 밀봉서류로 보고와 지시가 전달되었다. 그의 행태는 유별났다. 대통령이 혼밥이라니. 밀폐공간에서 무당인지 무당 딸인지 하는 여자와 국정을 논하고 농하다니. 불신은 또 얼마나 심한가. 탄핵심판 중에도 비선에 의지하다 세상 바뀐 것을 몰랐다. 한 편의 부조리극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자면 사실 그만의 일은 아니다. "청와대가 창살 없는 감옥일세." 김영삼 전대통령이 재직시절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력을 받쳐줄 행정부처와 떨어져있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위치한 본관에는 비서실장도, 정무수석도 없다. 전화 바꿔주고, 문서출납하는 두어 명이 있을 뿐이다. 그 외에 누구도 함부로 본관에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그런데 권력은 이곳에 집중되어있다. 중요한 결정거리들을 모두 쥐고 있다. 38개의 부처청(部處廳)과 곳곳의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매일 현안이 올라온다. 현장에서 직접 결정을 하면 좋으련만 책임문제가 있으니 일단 올리는 것이다. 외국방문이나 지방출장이 아니라도 현안파악에 회의에 보고서 작성을 하다보면, 장관이고 수석이고 몇 달에 한 번 대통령 얼굴 볼까 말까이다. 일과 권력에 파묻혀 점점 외부와 폐쇄되는 것은 공간의 문제일까, 인간의 문제일까. 인간의 마음이 공간을 결정하니 인간이 결정적이다.

사회구조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다음 정권이 처할 상황을 미국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문제가 불안하다. 그들은 이미 한미FTA 재협상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방위비를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 전시작전권은 어디로 갈지 하는 문제는 덤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들썩이니 국내이자율도 오를 것이다. 한계기업과 좀비기업은 차치하고라도 가계대출압박이 이미 폭발할 지경인데 말이다. 경제난도 이미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청년실업으로 대졸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대책 없이 급증하고 있다. 광장의 축제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면 삶은 팍팍하다. 87년 체제의 불안정성에 97년 외환위기로 고착된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이다. 자식들의 삶으로까지 이어질까 두려워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 산적한 과제의 해결을 누가 뒷받침할 것인가. 행정시스템은 취약하다. 조류독감에 대한 대책이 수천만 마리 살처분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하기는커녕 참사를 부추긴 관료체제이다. 미세먼지로 서울공기가 세계최악이라는데 화력발전소는 접어두고 중국타령이다. 정당은 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정책능력도, 여소야대를 헤쳐 나갈 정치능력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이라고 임기를 채운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권좌에서 내려오면 후속정권이 어쩌지 않아도, 누가 뭐라지 않아도 사실상의 가택연금이다. 노무현의 감옥도 청와대에서 자택으로 이어졌다. 여차하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마음의 감옥이 현실의 감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불여사다. (바로 지난밤에도 겪지 않았는가)

어쨌든 이 감옥은 권력자 스스로 만들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힘은 그에게 있으니까 말이다. 공생이니 관용이니, 그 자리에서 의지를 발휘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스스로의 마음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세상에 괜찮은 사람은 많다. 마음을 열고 찾기에 달렸다. 생각이 달라 보여도 얘기를 해보면 접점이 생긴다.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다. 불신을 버리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분권의 시작이다. 사회구조도 분권도 마음에서 시작한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권력자가 어디 있든 그곳이 감옥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업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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