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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그들에게 불륜을 허하라!

최종수정 2017.03.15 09:37 기사입력 2017.03.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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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모 감독과 배우가 화제다. 둘의 나이차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른바 불륜 때문이다. 성인남녀가 새로운 사랑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물론 비난의 요점이 ‘새로운 사랑’ 자체가 아니라 ‘결혼을 유지한 상태에서의 새로운 사랑’이라는 것은 안다. 바람 피우려면 이혼 먼저 하라는 주장인데, 인간에게 인간 이상을 요구하지 말자. 현재의 배우자가 이혼을 결심할 만큼 싫지는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열정을 만나는 경우, 이혼 먼저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어떤 이는 그 새로운 열정도 영원하지 않다면서 폄하하지만, 영원하지 않으면 흘려보내야 하는가? 왜 유독 사랑에만 영원하기를 요구하는가? 10년간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진 경우 이들의 사랑은 헛된 것인가? 그렇게 말하는 이는 단언컨대 둘만의 축제인 사랑에 단 한번도 초대받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내 마음속 열정이 사라졌으므로 배우자의 마음에도 열정이 생기면 안되는가? 운 좋게 새로운 열정을 만나 지루한 삶의 일상을 깨고 마법같이 변해버린 세상을 마주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부러움의 대상은 될지언정 시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그것이 한때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 아닐까?

성도덕은 여성을 억압하는 장치일 뿐이다. 여성은 결혼과 무관하게 자신의 몸에 대한 절대적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가부장제에 맞서는 인간의 모든 몸짓은 금기로 지정되어 왔다. 그것이 사랑과 성의 결합만큼 즐거운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억압되어 온 이유다. 다른 모든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사랑한다면 금기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의 행동은 때론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80년대 여성의 흡연이 한 예다. 여성의 불륜 역시 의도와 무관하게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성격을 띤다. 내가 세상의 모든 불륜녀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남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가부장제의 혜택을 받은 남성의 경우는 반가부장제의 맥락인지 바람둥이의 맥락인지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남성은 삶의 다른 국면에서 그가 얼마나 가부장제 혹은 여성에 대한 남성지배에 저항하였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불륜이라는 국면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잣대를 대는 이유는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특권을 누린다. 예를 들면, 나는 지난 50년 동안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 채 밤길을 걷지 않았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마릴린 프렌치의 소설에 “모든 남성은 강간범이다. 남성들은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법으로, 그들의 규범으로 여성들을 강간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여성들로 하여금 제발로 걸어서 남성의 울타리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강간범이 모든 남성들의 전위부대인 이유다(수잔 브라운 밀러). 당신이 아무리 여성친화적 남성일지라도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의 강간범들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랑이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은 가부장제가 덧씌운 배타성과 독점성 때문이다. 그걸 벗어 던지는 순간 사랑은 오로지 기쁨의 원천이 된다. 그사람을 보면 가슴이 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어떤 때는 불륜이라 부른다. 사랑일 때는 심장이 위아래로 뛰고 불륜일 때는 좌우로 뛰는가?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천년의 인습으로 고통받지 말자. 만인에게 만 개의 길을 허용하고 우리들 각자 그 만 개의 길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이 되자. 장미는 장미라고 불리어지기 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왜 헛되이 장미라는 이름에 집착하는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앞에서 번뇌하는 내 친구에게. 너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세상의 온갖 헛된 개념들과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울지 마~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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