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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칼럼] 민주당에 가장 부족한 것, '반성 역량'

최종수정 2017.02.13 13:27 기사입력 2017.02.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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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 논설위원

이명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의 노래들을 연이어 듣다가 만나는 노래 한 곡, 그러나 도저히 끝까지 들을 수 없는 노래가 하나 있다.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 "맞벌이 영세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 나 방안에 있던 어린 남매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졌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 곡은 90년 3월에 일어난 참변을 담담하게,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더욱 가슴에 아픈 통증을 일으킨다. “엄마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이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이는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밖으로 잠긴 방에서 엄마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심심해도 할 게 없었던 이 남매는, ‘테레비도 안 하고,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다가 ‘불은 그만 옷에 옮겨 붙고 눈썹도 머리카락도 태우고,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그러나 ‘방문은 꼭꼭 잠겨서 안 열리고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리며 엄마, 아빠... 엄마, 아빠... 부르며’그렇게 죽어갔다.

두 ‘어린 새’의 죽음으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세상은 그날의 비극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나아졌는가. 그와 같은 참변은 더 이상 없는 것이며, 자식들을 잃은 뒤 과연 살아갈 수 있었을지 모를 부모들의 비탄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일까. 아이들의 죽음과 같은 지옥도가 지금 한국사회 전모를 보여준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양극화와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에서 우리는 적잖게 향상되고 개선됐다.

그러나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닥치는 비극, 부모들의 눈물은 분명 우리사회 단면들 중 하나로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 흔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의 죽음은 한 사회의 죽음이다’는 말은 단지 수사로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사회의 참된 발전과 진보의 한 지표는 그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의 삶의 형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인 아이들이, 그것이 설령 단 한 명의 아이일지라도 지금 어딘가 지하 단칸방에서 외로움에, 배고픔에,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단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절대로 흘려서는 안 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지금. 그러나 그 집권과 국가경영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은 지금, 나는 그 부족을 무엇보다 '반성 역량'의 부족에서 찾는다. '반성하는 힘'의 부족, 인간이 반성적 성찰을 통해 성숙 발전하듯 깊은 반성을 통해 오히려 더욱 강해진다는 역설에 대한 무지에서 발견한다. 야당은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 유산이 아직 적잖게 남아 있음에도, 그리고 그 유산의 그늘이 우리 사회 저변을 그늘로 짙게 덮고 있음에도 야당이 자기책무를 박정희 체제 극복으로 내세우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 그 인식과 진단에선 자기면죄부의 혐의(의도가 아니라도 최소한 결과적으론)를 보게 된다. ‘민주(당) 정부’10년간 적잖은 진전과 개선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중의 우리 사회 퇴행과 내상(內傷)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반성의 부족을 보게 된다. 40%의 지지율로 치솟는 더민주당의 강령이 ‘반성과 성찰’을 다짐하면서도 양극화 심화에 대해 처절한 ‘내 탓이오’대신 ‘세계적 신자유주의 영향으로’라는 얘기밖에 못하는 데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보기 어렵게 한다.
올해는 87년 6월항쟁 30주년. 미완의 항쟁으로부터 한 세대가 흘러 '6월의 완수'라는 과제를 앞에 둔 올해, 그리고 10년 만에 정권재창출의 호기를 맞은 야당에게 27년 전 어린 남매의 죽음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어야 한다. 그 아이들의 눈물을 자신들의 양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 아이들의 비명 앞에 ‘내 탓이오’의 처절한 참회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야당 집권의 길의 출발점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죽음’, 그 고통스런 노래를 끝까지 들어내는 것이 그 출발점이어야 할 것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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