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사이언스포럼]블랙홀에 대한 오해

최종수정 2016.12.28 11:03 기사입력 2016.12.28 10:52

댓글쓰기

이강환 관장

이강환 관장

‘블랙홀’에 대한 가장 흔한 이미지는 아마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실제로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블랙홀은 사람들이 가장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비유로 사용하는 표현을 굳이 과학적으로 따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블랙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홀이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하는 것은 아주 일부만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블랙홀에만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만 보더라도 지구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중력으로 붙잡고 있지 않은가. 지구와 블랙홀의 차이는 지구는 탈출할 수 있지만 블랙홀은 탈출을 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빛도 탈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빛도 탈출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미치는 범위는 블랙홀 근처의 아주 가까운 거리뿐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블랙홀의 중력도 질량이 같은 일반적인 다른 물체의 중력과 다르지 않다.

지금 당장 태양이 같은 질량의 블랙홀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태양에서 오는 빛과 열이 없어질 것이므로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빨려 들어가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블랙홀로부터 지구가 받는 중력은 이전에 태양으로부터 받던 중력과 똑같기 때문에 지구는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과 같은 궤도를 돌 것이다. 그러니 블랙홀을 주위의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괴물로 생각하는 것은 블랙홀로서는 억울한 오해다.

[사이언스포럼]블랙홀에 대한 오해

블랙홀을 SF 영화에나 나오는 신비한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처음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되었을 때는 아인슈타인조차도 그것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블랙홀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실제로 발견되기 시작했고, 우리 은하에만도 1억 개가 넘는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우주 전체에서는 1초에 하나씩 새로운 블랙홀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초 처음 관측되어 화제를 모았던 중력파도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우주에 블랙홀이 이렇게 많다고 해서 우리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블랙홀은 1600광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지구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까운 근처에 갑자기 블랙홀이 생길 일도 없다.

블랙홀은 질량이 아주 큰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으로 폭발한 뒤에 만들어진다. 태양계 근처에는 블랙홀이 될 정도로 질량이 큰 별이 없다. 만일 있다면 블랙홀로 끌려들어가기 전에 초신성 폭발 단계에서 지구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수배에서 수십 배 정도가 되는데, 우주에는 이보다 질량이 훨씬 더 큰 블랙홀도 있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였다.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되지 않는다. 대신 주위에 있는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궤도를 이용해서 질량과 부피를 구하여 그것이 블랙홀인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우리 은하 중심에 블랙홀이 있고, 그 질량이 무려 태양 질량의 4백만 배나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블랙홀을 초거대질량 블랙홀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은하의 중심에만 블랙홀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아주 규모가 작은 은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에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질량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 정도에서부터 수천만 배 심지어는 수십억 배까지 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런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에 있다고 해서 이 블랙홀이 은하 전체의 움직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질량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은하 전체 질량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블랙홀은 우주를 지배하는 괴물도 아니고 상상 속의 신비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우주의 다른 천체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법칙 속에서 만들어져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