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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돈과 권력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최종수정 2016.08.02 15:11 기사입력 2016.08.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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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 검사'의 표상이던 전직ㆍ현직 검사장 구속 과정에서 밝혀진 돈과 권력의 추한 유착관계 소식이 복더위 불쾌지수에 기름 불을 끼얹고 있다. 현실 세계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돈과 권력은 '인간의 욕망'이 가장 병적으로 발현되기 쉬운 분출구다. 사실 이번뿐 아니라, 우리 사회 1% 기득권층에 속하는 막강 권력자와 큰 부자가 욕망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는 해마다 반복된다.
 '하늘에서 황금비를 내린다고 해도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는 법구경의 말처럼,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왜 그토록 쉽게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일까. 사자도 배 부를 땐 눈 앞에서 사슴이 뛰놀아도 관심을 보이지 않건만, 고등동물이라는 인간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쌓아둔 큰 부자도 '쩐의 전쟁'을 벌이고, 최고권력자가 된 후에도 장기 집권이나 이웃나라 정복을 꿈꾸다 파멸을 맞이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에 대한 의학적 해답은 욕망을 달성했을 때 찾아오는 만족감에 내재된 '중독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중독은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특성이 있다. 뇌가 보상회로를 작동시키는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중독 유발 물질이나 행동이 뇌에서 감지되면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때 뇌가 이 좋은 느낌을 저장했다가 동일한 경험을 계속 갈망하게 한 뒤, 보상회로를 통해 중독증 환자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의학칼럼] 돈과 권력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정신의학적으로 중독은 크게 술ㆍ마약ㆍ담배 등과 같은 '물질 중독'과 돈ㆍ권력ㆍ도박ㆍ인터넷ㆍ 쇼핑 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행동 중독'으로 분류된다. 행동 중독은 물질 중독보다 학습 기간이 좀 더 길 뿐, 일단 중독자가 되고 나면 물질 중독처럼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고치기가 힘들다. 중독 때 나타나는 내성(耐性)과 금단(禁斷)증상을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성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한 상태이며, 금단 증상은 중독 대상을 멀리하면 불안ㆍ초조ㆍ불면ㆍ진땀ㆍ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로 알콜 중독자는 술 때문에 가정 파탄ㆍ실직ㆍ질병 등으로 인생이 파경을 맞아도 끊임없이 술을 찾고, 돈 중독자는 목표했던 액수를 얻고도 불안감을 느끼면서 점점 더 많은 돈을 추구한다. 권력 중독도 마찬가지다.

 중독증 치료를 위해선 가족의 협조하에 본인이 중독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꾸준히 전문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일 끊임없이 돈을 추구하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뒤에도 "돈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거나, 일상에서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런 꼴 안당하려면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환자라면 치료가 쉽지 않다.
 중독 역시 다른 질병처럼 초기에 강력하게 대처를 했을 때 효과가 좋다. 예컨대 돈 중독이 의심될 땐 곧바로 전문가를 찾아 돈에 대한 갈망이 심해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인생 목표나 취향 등을 분석해야 한다. 이후 취미생활, 봉사활동 등 돈 이외의 수단으로 쾌락을 찾는 방법을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중독 상태는 오래 방치할수록 뇌에 생긴 변화를 되돌리고 문제 행동을 수정하는 데까지 더 긴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돈 중독, 권력 중독으로 비리를 저지르다 구속된 이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욕망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은 사회 구성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작년 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분부 윤리연구센터가 전국 초ㆍ중ㆍ고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직지수'를 조사한 결과 고교생의 56%, 중학생의 39%, 초등학생의 17%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돈 중독 등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태도를 청소년들에게 보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서 초래되는 모든 중독증은 심각한 병이며 종착역은 파멸이다. 따라서 흡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국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듯,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합심해 욕망 방치가 가져오는 중독성의 파장을 깨닫고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그래야 엘리트 지도층부터 앞장서서 저지르는 비극적 비리를 줄여나갈 수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고 억제하는 것이 미덕의 차원을 넘어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전제 조건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억을 횡령한 죄를 지으면 1년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무일푼으로 감옥에 간다는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라도, 지도층 인사의 비리, 정경유착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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