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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디클]먹을거리 논란의 잣대

최종수정 2015.11.02 11:15 기사입력 2015.11.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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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일 50g을 섭취하면 직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늘어난다는 것이 이번에 WHO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내용의 요지다. 소나 돼지 등 붉은 고기를 먹어도 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했다. 대중적인 먹을거리가 알고 보니 담배나 석면과 맞먹는 위험 물질이라는 발표에 전 세계 식탁이 발칵 뒤집혔다.

권위 있는 WHO의 발표에 국내 소비자들도 충격을 받았다. 소시지나 햄을 주식처럼 즐기는 독일 등 서구의 소비에는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반찬으로, 때로는 부대찌개 같은 요리로 적지 않은 양의 가공육을 섭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건강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이 발표 후 대형마트 등에서 가공육의 매출은 급감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들끓었다. "생선은 방사능 걱정 때문에 꺼렸는데 이제는 소, 돼지를 먹으면 암 발생 위험이 있다니 먹을 게 없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아이들 반찬으로 소시지와 햄을 자주 했는데 이제 주의해야겠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부대찌개집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우리보다 소시지를 더 많이 먹는 독일인들은 암 발생 확률이 크게 높나?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햄과 소시지가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등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WHO의 발표와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반응 사이에는 다른 잣대가 존재한다. WHO의 잣대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물질을 잰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발암물질에 포함시킨다. 그러다보니 햇볕이나 여성호르몬도 발암물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들의 잣대는 주로 안전한 먹을거리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WHO에서는 소시지가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소시지를 먹으면 안전하지 않다고 이해했다. 이 사이에서 이 같은 '충격적인 진실'을 자극적으로 부풀려 전했던 언론도 한몫을 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WHO 대변인은 "가공육 섭취를 중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를 줄이면 대장ㆍ직장암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월 말 영국에서 벌어진 '게(crab) 학대' 논란도 먹을거리에 대한 다른 잣대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런던의 한 한인슈퍼에서 산 게를 스티로폼 용기에 넣고 비닐로 싸서 진열하자 영국 소비자들이 게를 학대했다고 항의한 것이다. 슈퍼마켓이 게 판매를 중단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신선한 게를 팔려고 했던 슈퍼마켓의 의도와 게의 고통마저 느껴져 살아있는 게가 꺼림칙했던 소비자의 잣대는 분명 달랐다. 먹을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에 앞서 중요한 것은 다른 이의 잣대도 살피는 배려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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