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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공부의 즐거움]바다를 묻어버리겠다는 작은 새

최종수정 2015.05.21 13:59 기사입력 2015.05.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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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공부의 즐거움]바다를 묻어버리겠다는 작은 새


萬事有不平 만사유불평
爾何空自苦 이하공자고
長將一寸身 장장일촌신
銜木到終古 함목도종고
我願平東海 아원평동해
身沈心不改 신침심불개
大海無平期 대해무평기
我心無絶時 아심무절시


세상 일이란 것이 공평하지 않는 게 있는 법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공연히 괴로움을 자초하는가
길어봤자 3센티의 몸뚱이로
나뭇가지를 물어 끝까지 가려 하나니
나는 동해를 다 묻어버리고 싶습니다
몸이 물에 빠져 죽어도 마음은 고치지 않을 겁니다
저 망망대해가 평지가 되는 때가 없다면
내 마음도 멈추는 날이 없을 겁니다

이 우렁찬 시의 제목은 '정위'이다. 정위는 중국 고대의 지리 신화서인 산해경에 등장하는 새 이름이다. 상고시대 황제인 염제의 딸 '여와'가 동해에 놀러 갔다가 익사했다. 여와는 죽으면서 작은 새로 바뀌어 다시 태어났는데 그 새가 바로 '정위'이다. 정위(精 )는 정신을 지킨다는 뜻이 아닌가. 이 새는 서산에 있는 나뭇가지와 돌을 물어 동해에 나르기 시작한다. 한 치 밖에 안 되는 새가, 동해를 메우려 하니, 사람들은 비웃지만, 어찌 그 정신을 비웃을 수만 있겠는가. 세상의 진짜 일들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던가.
 이 작품은 명나라 말엽에 태어나 청나라에 항거하며 시를 썼던 시인 고염무의 절창이다. 고염무는 한 사람의 힘이 이제 막 흥기하는 여진족의 나라를 당장에 넘어뜨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 치열한 시를 남겨 정위의 나뭇가지가 되고자 했다. 저 시의 뜻을 새기는 일은, 삶의 치열성을 놓지 말고 살아있는 내내 마음을 제대로 쓰고 가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빈섬 이상국 시인·편집부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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