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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늘어난 '가계흑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최종수정 2015.03.23 11:36 기사입력 2015.03.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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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이주명 논설위원


비정상적인 가계 재정상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계흑자율'이 최근 저점인 2010년 22.7%에서 지난해 27.1%로 4년간 4.4%포인트나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부터 2년간 하락 폭 1.4%포인트의 3배가 넘는다. 흑자율이 높아졌다면 경제상식상 저축이 늘어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저축률은 2007년 이후 3~4%대에서 옆걸음질할 뿐 반등의 기미가 없다. 1990년대에 평균 19%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을뿐더러 세계 최하위 그룹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가계 소득에서 세금ㆍ사회보험료ㆍ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나머지를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여기서 다시 소비지출을 뺀 나머지를 '가계흑자'라고 한다. 가계흑자율은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흑자의 비율이다. 그러니 비소비지출 부담이 커져서 저축을 늘리지 못해 흑자가 확대된 것도 아니다.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2009년 이후 18%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많이 올랐지만 저금리 추세로 이자비용 부담은 별로 커지지 않은 덕분이다.

그렇다면 가계흑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통계청의 가계지출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지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월세 보증금도 있지만 부채원금 상환이 더 큰 부담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은 2007년 2.0%에서 2012년 2.8%로 0.8%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지만 부채원금 상환 비율은 같은 기간 18.0%에서 28.9%로 10.9%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2010년 16.0%에서 지난해 21.5%로 5.5%포인트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소득이 25.8% 늘어나는 사이 부채원리금 상환액은 68.3%나 급증했다.

최근의 가계흑자 확대는 저축을 늘리려고 소비를 자제한 결과라기보다 부채원금 상환부담이 커진 탓에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그간에는 그나마 가계가 이자비용에서 저금리 혜택을 누렸다. 올해 하반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고 한국은행도 덩달아 금리인상에 나서면 원금상환에 더해 이자비용의 부담까지 커질 것이다.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이처럼 내수의 대종인 가계소비를 이미 크게 제약하고 있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돈 벌 능력이 부족하거나 처분할 자산이 없는 한계 채무가구 중에서 파산하는 경우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과다한 채무 문제로 일가족이 자살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데 유사한 비극이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까 두렵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네덜란드ㆍ캐나다ㆍ스웨덴ㆍ호주ㆍ말레이시아ㆍ타이와 함께 한국을 '가계부채의 지속 가능성이 가장 낮은 7개국'으로 분류했다. 가계부채의 규모ㆍ증가속도ㆍ원리금상환부담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경고음과 달리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은 경제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가계부채 대응을 뒤로 밀쳐놓았다.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고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조치를 연거푸 내놓더니 중대형 아파트 소유자도 대상으로 한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정책이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간만에 가계부채 대책으로 발표한 '20조원 규모 고정금리 전환대출'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은 이렇게 흘러만 가고 있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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