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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회장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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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진행 중인 회장 부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 2주 전 삼성그룹 영빈관에 초청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자리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추대 받은 이건희 회장이, 당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결과다.

선대 회장 호암이 전경련을 창설했다는 인연을 들어서 이 회장에게 지워보려고 했던 그 지게. 최상의 격식을 갖춰서 추대했지만 불발로 처리된 것이다. 2005년에도 추대 시도가 있었으나 비슷한 미소로 거절된 적이 있었다. 그룹 총수의 알 수 없는 미소에 대해 삼성 측이 별도로 "이 회장의 미소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라는 것이 그룹의 공식 입장이다"고 주석을 달았다.
과연 그 미소에 특별한 메시지를 부여할 가치가 있을까? 지금이 어느 때인가. 무소불위로 업그레이드 중인 스마트폰에다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까지 프로그램화시키는 세계 제1의 반도체 왕국이 총수의 미소에 대해 다른 해석을 못하도록 권위적인 재단을 하다니. 총수가 의중을 숨겨야 할 정도로 전경련 수장이란 자리를 독배(毒杯)로 간주하는 문화가 문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즉답을 피했지만 회장단의 간곡한 뜻을 계속 뿌리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미련을 갖고 있다. 차기 회장을 재계 선두그룹 중에서 맡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왜 저마다 고사명분을 갖고 손사래를 칠까.

올해 전경련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지적한,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충고가 무척 귀에 거슬렸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정부가 지방선거의 패배를 통해 정권의 현재적 위기와 불투명한 미래를 감지한 미묘한 시기라서 정부와 재계사이에 본의 아닌 긴장국면을 조성한 셈이다.
미리 사의를 표명하고 불참한 조석래 회장 대신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대독한 개회사인 탓에 더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든 감이 있다. 이미 읽은 개회사를 두고 전경련이 별도로 해명을 하며 '부자 몸조심'을 하게 된 것은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작심하고 한 '전경련의 사회적 책임' 발언 때문이다. 이른바 '고통분담'은 우리 경제가 어려울 적마다 나온 얘기지만 특히 전경련을 지목한 데 대해 다른 해석들이 구구하다.

정부나 재계나 취임초의 기세등등했던 의지와 속도를 다소 반영하지 못한 정치ㆍ경제적 상황에 대한 회한을 가졌기에 '사돈 간의 소통'이란 측면까지도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여전히 비판에 관용적이지 못한 정부와 자기목소리 내기를 저어하는 재계의 자세는 둘 다 비21세기적인 모습이다. 세대교체보다 절실한 게 마인드교체. 자신들이 주관한 행사에서 바깥 눈치를 보기 보다는 사상최대 실적을 서로 고무하고 그 엔돌핀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행사 전 배포한 보도 자료엔 "정부와 정치권이 50년을 내다보는 미래 비전과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랍니다"고 돼 있다. 원문을 수정한 내용이 그토록 간곡한데 재계 스스로는 향후 반세기를 전망한 비전을 갖고나 있는지.

조 회장은 지난해 포럼에서도 "한국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독자적인 목소리로 질타한 적이 있다. '어려운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데 정치가 얼마만큼 우리에게 도움을 줬느냐'라고 물어보고 싶다"고 한, 이 뜨끔한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민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매년 정기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전경련의 관례를 만들어 간다면 그 즈음에 이르러 정부는 긴장해 경청을 하고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한 전제로 회장의 미소에 대한 독점적 해석권 같은 시대부조화적인 권위의 틀부터 허물어야 한다.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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