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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 세상엿보기] 번개탄을 찾는 젊은이들

최종수정 2010.08.18 13:29 기사입력 2010.05.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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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하루 20명 이상 자살
'삶'에 대한 꿈과 희망 선물하자


비록 극히 일부이나 잊을 만하면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먼 길을 떠난다. 초록에 물든 저 5월의 산야를 뒤로 하고 한적한 강가나 어느 펜션을 찾아서.

하루 30여명 이상이 자살을 선택하는 OECD회원국. 그것도 20~30대가 3분의 2를 넘는다는 서글픈 현실이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온통 첨단 디지털 미디어로 중무장한 이 IT공화국의 뒤안길이다. 소위 '빨리빨리' 문화가 어느새 포기(抛棄)와 생명에까지 촉수를 뻗쳤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는 출산장려를 위해 셋째 아이 500만원, 넷째는 1000만원, 다섯째는 2000만원, 여섯째 이상은 무려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책정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3000만원을 받은 주민이 1명, 1000만원을 받은 주민도 5명 있었는데 좀 과하다고 생각했던지 지금은 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낮췄다고 한다.

출산 축의금으로 수 천만원의 세금을 기꺼이 제공하는 지자체. 하지만 이제는 절망에 내몰린 20대들의 심장에 꿈과 희망을 이식하는 일에도 좀 더 심각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기존 주민들의 안녕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돈 안 드는 인구정책이니 그들에게 왜 자살하려는가를 묻지 말고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면 될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연탄.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그 연탄재. 가파른 언덕배기에서 아무리 없이 살더라도 몇 단의 연탄만 쌓여 있다면 마음은 푸근했다. 그 연탄이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의 손쉬운 자살도구로 애용(?)돼 전염되고 있다. 진작부터 서점간판을 찾기 힘든 대학가 주변이라 책 한권 구경하기보다 연탄 한 장 구하기가 훨씬 쉽다. 연탄이란 단어는 거리 곳곳에서 각종의 '연탄구이'라는 이름으로 푸근한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일찍부터 연탄의 치명적인 이중성을 알아봐야 했었다. 서민들의 난방온돌을 통과한 연탄가스는 때로 구들장의 벌어진 틈새를 타고나와 잠든 이들의 뇌수(腦髓)에 가난을 각인시켰다.

배달거리에 따라 도착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연탄 한 장은 대충 600원 내외다. 고귀한 인명 하나를 영원히 잠재우는데 수면제 몇 알 값도 못되는 돈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사실에 새삼 분노가 인다.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을 사는데도 굳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살도구로 사용할 번개탄을 살 때는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험한 세상으로 인해 장차 연탄구입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될 듯하다.

성장하기까지 그 부모들이 기울인 정성과 들어간 비용이 얼만데 겨우 연탄 한 장과 인생을 바꿀 결심을 했을까. 창창한 20~30대 젊은이들이 유서로 남겼다는 꼬질꼬질한 쪽지 글이 참으로 이해난망이다. '꿈과 희망이 없어서 간다'라니…

궁여지책으로 죽음의 동반자들을 물색하러 나선 나약한 네티즌들에게 인터넷 사이트는 유일한 비상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강제 폐쇄해도 변형된 형태로 개설되는 자살사이트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할 바에야 아예 국가브랜드 추락방지 차원에서 그런 예비자살자들을 접촉하고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면 어떨까.

엊그제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여객기의 사망한 승객 103명과 살아남은 단 한명의 네덜란드 소년. 사고와 상관이 없는 제3자들에겐 기적처럼 생존한 그 소년이 더 돋보이기 마련이다. 지금 눈앞에 존재한 1명이 사라진 103명의 목숨보다 더 무거운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살아있는 자체가 한 줄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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