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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행가의 밥] 사누키우동 순례

최종수정 2018.08.27 14:01 기사입력 2016.02.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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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일본. 그 네 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는 우동왕국 가가와 현이 있다. 찻집에서도 우동을 팔며 아침부터 우동을 먹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며 섣달그믐에 해넘이 소바 대신 해넘이 우동을 먹는 사람들이 산다는 곳. 온통 논밭뿐인 시골 마을에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우동집이 즐비한 우동 성지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다녀갔다는 사누키우동의 유혹. 국물 맛이 아니라 면발이 끝내주는 사누티우동 순례기를 털어놓는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현에 1인당 우동 소비량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가가와 현. 촌동네에 들어선 우동왕국은 일본 각지의 우동 마니아들을 불러 모은다. 사누키는 옛지명이다.


면발이 끝내주는,우동마을의 슈퍼스타
손꼽을 만한 유명 관광지도 몇 안 되는 촌동네 가가와 현. 일본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현인 주제에 성업 중인 우동집 수는 무려 800여 개. 1인당 연간 우동 소비량 최고를 자랑한다. 논과 밭뿐인 시골 촌동네에는 우동을 머리에 인 우동택시가 달리고 간판도 없는 작은 우동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우동에 미처 사는 사람들이 의리를 지키는 고장,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우동 현이다.

고백컨대 나는 사누키우동을 맛보기 전까지 우동을 시시한 음식쯤으로 여긴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면발이 끝내주는 우동 현에서 우동을 맛보고 코가 납작해졌다. 맛의 충격은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 음식잡지의 맛기행으로, 친구 또는 지인들과 여행길에서, 우동의 고장에서 나고 자란 일본 아저씨가 안내하는 출장길에서 만난 우동집 중 마음대로 꼽은 우동마을의 슈퍼스타를 소개하련다.

시골 마을을 지나다 긴 줄이 늘어서 있다면 그 집은 맛있는 우동집일 확률이 높다.
사누키 우동집 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명점이 있다. 야마고에 우동(山越うどん)이다. 논과 밭뿐인 시골 마을에 사람물결로 들썩거린다. 맛집이 다 그렇듯 다 팔리면 대낮에도 문을 닫는 집이다. 대표 메뉴는 가마타마 우동이다. 뜨거운 우동 면에 날달걀을 깨어 넣고 간장 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 끝내주는 국물이 빠진 우동이다. ‘사누키 우동 붐은 바로 이런 집에서 시작되어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닐까’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우동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찾아서 더욱 유명해진 우동집은 나카무라(なかむら). 손님이 텃밭에서 파를 뽑아 다듬어 잘게 썰어 우동에 뿌려 먹었다던 나카무라 전설이 전해진다. 가가와 현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산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한 집으로 영화 ‘우동’에도 등장한다. 첫 우동 순례를 나섰을 때 택시 기사 아저씨도 헤매다가 긴 줄이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겨우 찾게 된 집이다. 텃밭에서 파를 뽑을 수고야 사라졌으나 손님들은 여전히 테이블에 놓여 있는 생강과 무를 강판에 북북 갈아먹어야 하고 튀김도 직접 그릇에 담아야 한다. 따끈한 우동을 주문하면 가마솥에서 우동 면을 살짝 익혀야 하는 미션도 수행해야 한다. 우동치고는 면이 가늘었는데 속은 야마고에 우동보다 훨씬 차진 편이다. 갓 뽑아낸 면에서 향긋한 밀 향기가 나는 듯하고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쫀득하다. 음식도 타인의 취향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라서 사누키 우동 명점에 대한 사람들의 별점 매기기는 제각각인데, 이상하게 이 집의 튀김에 대해서는 모두들 맛있다고 극찬한다. 소개가 늦어졌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집의 우동에 대해 ‘고생해서 찾아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라고 했다.

‘도대체 저들은 이 깊은 산골 우동가게를 어찌 찾아왔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산골에 문을 연 산골 깊숙한 우동집이 있다. 영화 ‘우동’에도 출연했고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에도 등장한 야마우치 우동(やまうちうどん)이다. 풍문에 따르면 기와를 굽던 기왓집이었는데 우동집으로 업종을 전환하였다고 한다. 면을 장작불에 삶으면 가스불보다 화력이 세서 우동 맛이 더 좋아진다고.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발로 꾹꾹 밟아 쫄깃하게 뽑은 면발은 차지다 못해 탱탱한 고무줄처럼 탄력적이다. 찬 우동에 따끈한 국물을 ‘히야아츠’, 찬 우동에 찬 국물을 ‘히야히야’, 따끈한 우동에 따끈한 국물을 ‘아츠아츠’라 부르는 암호 같은 메뉴가 있으니 기억해 두시길.

우동왕국에서는 가마아게 우동에 있어 ‘동쪽의 와라야, 서쪽의 나가타’라 불리는 공식이 존재한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풍류 우동집에서는 우동 면 열 덩이를 세숫대야 만한 둥그런 나무 그릇에 뜨거운 물과 함께 담아준다. 가족 우동이다. 이 우동은 생간장에 찍어 후루룩 맛보면 된다. 가족 우동을 내는 집은 동쪽의 와라야(わら家)다.

사누키우동의 생명은 쫄깃한 면발에 있다. 우리 돈 2~3천원이면 우동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인구 100만 명의 고장에 우동 가게 수는 800여 개. 참고로 인구 1000만 명의 도쿄의 맥도날드 매장은 500여 개라 한다.

가가와 현은 밀을 생산하기 적합한 기후를 가진 고장이다. 생산량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밀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었고 우동에 이르러 꽃이 피었다.

우동에 곁들여 먹는 튀김들. 맛이나 다양함이 튀김집 못지않다.

장작불 가마솥에서 삶은 산골 우동을 선보이는 야마우치 우동.


우동마을의 숨은 명물, 나카노우동학교와 우동택시
시골 마을에 우동 붐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라고 한다. 타운 정보지에 연재된 우동집 기사가 호평을 얻으며 현 내에서 우동 붐이 일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매스컴의 소개에 힘입어 일본 전국으로 퍼졌다. 2006년에는 ‘우동’이란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붐이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시골 마을의 지역 신문에는 ‘우동 면(面)’이 따로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물, 우동왕국 스타일의 우동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학교가 있다. 우동 맛은 우동 댄스 실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도는 나카노 우동학교(中野うどん?校)다. 전문 코스도 있지만 널리 알려진 것은 우동 체험 코스. 발로 반죽하여 면에 찰기를 더하는 사누키 우동 스타일을 가르치는데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우동 반죽을 밟는 우동 댄스는 우동학교만의 전매특허 프로그램이다. 춤을 추며 배우는 우동 체험 수업은 40~60분 동안 진행되며 수강생들에게는 누구나 탐내는 졸업장을 수여한다.

런던에 빨간 이층버스, 뉴욕에 트롤리버스가 있다면 우동왕국에는 우동택시가 달린다. 점점이, 구석구석으로 숨어든 우동집을 둘러보는 데 아주 편한 교통수단이다. 몇 년 전 택시협회 회의에서 우동택시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현재 30여 개의 택시회사가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우동택시에 탄 순간 모든 스케줄은 손님 마음대로다. 우동집 투어는 물론이거니와 중간 중간 관광지 순례도 서비스한다.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특대형차 네 가지 타입으로 운영되며 탑승 인원에 상관없이 시간당으로 운임을 받는다. 한편 우동택시가 흥행에 성공하자 후쿠오카에는 라면택시, 히로시마에는 오코노미야키택시가 등장했다.

우동 맛은 댄스 실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는 나카노 우동학교의 수업 풍경.

구석구석 숨어든 우동집은 우동택시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Infomation
가가와현 관광협회 http://www.my-kagawa.jp/kr
야마고에 우동 香川 綾歌郡 綾川町 羽床上 6022, 087-878-0420, 09:00~13:30, 일요일 휴무
나카무라 香川 丸?市 飯山町 西坂元 1373-3, 087-798-4818, 09:00~14:00, 화요일 휴무
야마우치 우동 香川 仲多度 郡まんのう町 十?字大口 1010, 087-777-2916, 09:00~16:00, 목요일 휴무
와라야 香川 高松市 屋島中町 91, , 087-843-3115, 10:00~19:00, 무휴
나카노 우동학교
香川 高松市 成合町 8, 087-775-3200(다카마츠),
www.nakanoya.net/school, 09:00~15:00(예약제)
우동택시 www.udon-taxi.com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가와 현의 다카마츠(高松)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화·금·일요일) 운항한다.

글·사진=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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