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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생활속 지혜가 담긴 음식디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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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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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주저 없이 최고의 고서로 뽑고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고증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서가 바로 <음식디미방>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요리책으로 물론 그 이전에도 식품이나 음식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있지만 대부분 남성들이 쓴 것이다. <음식디미방>은 한글로 여성이 조리방법을 상세히 적어 놓은 음식 조리서로 큰 의미가 있다.

한 집안에 음식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히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의 몫이지만 조선 시대 유교사회에 여성이 글을 배우고 책을 쓴다는 것은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 일이었다. 그래서 <음식디미방>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경상도 영양군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전통을 이어온 언덕’이라는 뜻의 두들 마을에서 음식디미방을 쓴 장씨 부인의 흔적을 보고 느끼게 됐다.

1640년 (인조 18년)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벼슬을 버리고 두들 마을로 들어와 학문 연구와 후학을 양성하는데 전념했고, 석계의 아들 중 넷째 숭일이 선업을 이은 뒤 후손들이 더해져 두들 마을은 재령이씨 집성촌이 됐다. 석계 이시명의 정부인 장씨가 <음식디미방>을 쓴 여중군자 장계향이다.

강인함과 온유함을 갖춘 도덕적 품성을 지닌 장씨 부인은 석계 이시명의 스승인 경당 장흥효의 딸로서 선조 31년 경북 안동 금계에서 태어나서 숙종 6년 83세를 일기로 경북 영양 석보에서 타계했다.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대학자이자 국가적 지도자에게만 부여하는 산림으로 불리고 이조판서를 지내 법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를 받았고 이때부터 '정부인 장씨'라 불리게 됐다.

유물관을 둘러보며 더 놀란 일은 <음식디미방>을 정부인 장씨가 나이 일흔에 집필한 책이었다. 음식디미방은 면병류, 어육류, 주류 및 초류 등의 조리법으로 상세하게 나누어져 있으며 146가지의 음식 조리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400여 년 전의 반가음식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한국의 전통음식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고서로 조리법에 담긴 생활의 지혜와 그 당시의 사용한 식재료들도 확인할 수 있다.

두들 마을에는 여중군자 장계향 예절관과 전시관, 음식디미방 체험관과 전통주 체험관 등이 있어 우리 민족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장계향의 학문과 철학적 사상을 알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는 두들 마을의 고택을 거닐며 옛 선조들의 지혜를 경험해 보고 수백 년 전에 쓰여져 음식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식디미방에 대한 자긍심과 시대에 앞서 깨어 있는 조선의 여인 장계향의 실천적 삶을 배워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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