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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도 너무 귀여워" 별 생각 없이 아기 사진 올렸다가…

최종수정 2019.10.23 10:14 기사입력 2019.10.2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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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용자 셰어런팅에 피로 호소
아동 자기결정권, 범죄 노출 등 문제도
육아 사진 공유 이유 1위 '친인척에 알리기 위해'
아기 사진 걸러내는 사이트도 등장

셰어런팅 게시물에 피로를 호소하는 SNS 이용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셰어런팅 게시물에 피로를 호소하는 SNS 이용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A(31) 씨는 얼마 전 출산한 친구가 메신저로 보낸 사진에 불쾌감을 느꼈다. 문제의 사진은 아기 토사물로 범벅된 친구 옷 사진이었다. A 씨는 "아기가 토해서 친구 옷이 더러워졌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인증사진까지 찍어 보냈다"면서 "평소 친구가 지나칠 정도로 인스타그램이나 메신저에 아기 사진을 공유해서 거부감이 들던 차였는데, 토사물 사진을 보니 비위도 상하고 기분이 너무 언짢았다"고 말했다.


#육아 4개월 차에 접어든 여성 B(29) 씨는 최근 SNS에 올린 아이 사진을 삭제해야만 했다. 당시 "우리 OO, 응가도 너무 귀여워"라는 글과 함께 기저귀 교체 모습, 아이 신체 일부가 담긴 사진 등을 게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B 씨는 "별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었는데, 다음 날 확인하니 다 쓴 기저귀 사진과 아기의 신체 노출이 보기 불쾌하다는 답글이 달려 사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SNS 상에 육아 사진을 공유하는 부모, 이른바 '셰어런츠' 및 관련 게시물을 두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셰어런츠는 공유(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다. SNS에 자녀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엄마나 아빠를 일컬으며, 셰어런팅은 이같은 행위를 뜻한다.


미국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만 0~4세 자녀를 둔 엄마 10명 중 5명, 아빠 10명 중 3명은 인스타그램이나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에 자녀 사진을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EBS가 어린이집 원생 부모 2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에서 'SNS에 자녀 사진을 올리느냐'는 질문에 57.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SNS에 자녀 사진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친인척에게 알리기 위해' 22.4%, '기록해두려고' 21.6%, '아이가 귀여워서' 14.7%, '기억하려고' 12.9%, '기타' 28.% 순으로 나타났다.


한 아버지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 아버지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제는 셰어런팅 사진이나 동영상이 단순 일상 모습을 넘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만한 장면까지 담겨있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가 알몸으로 목욕하는 모습을 비롯해 배변 중인 사진이나 동영상, 기저귀 사진까지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배변훈련'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을 7만건 이상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배변 훈련 중인 아이가 변기에 앉아 있거나 변기 내 배설물 흔적을 찍어 올린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4살 자녀를 둔 C(37) 씨는 "나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어서 자식의 일분일초가 소중하고 주변에 알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아기가 용변 보는 모습 등을 모두가 이용하는 SNS에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아이의 모습을 SNS에 올리고 싶으면 육아 전용 계정을 개설해 그곳에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셰어런팅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기다 보니 SNS상에 올라온 아기 사진을 걸러주는 웹사이트가 생기기도 했다. 현재는 폐쇄된 상태지만, 페이스북 게시글 중 아기 관련 사진을 동물이나 음식과 같은 사진으로 바꿔주는 해당 서비스는 개설 당시 '좋아요' 수가 10만여건에 달했다.


아동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국에선 자신의 사진을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송을 건 사례도 있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사진을 SNS에 올리면 벌금형에 처한다.


범죄 노출 문제도 있다. 육아 일상을 공개하다 보니 아이의 얼굴과 이름이 노출되고 사는 곳의 위치까지 공개되면서 아이가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아이의 사진이 불법 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육아 일상 공유에 앞서 먼저 아동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범죄 노출 등 부모가 올린 자녀의 사진이 아이의 장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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