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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노예' 취급하는 한국 vs '금연 대안' 제시하는 영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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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전자담배 금연 광고…흡연노예 콘셉트 "너무하다" 흡연자 불만 쇄도
감성에만 호소한 광고 역효과 우려 제기

전자담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자담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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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금연 광고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전자담배 사용자를 '담배에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형상화한 것에 대해 흡연자들이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 일각에선 담배 중독성과 흡연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선 강도높은 수위가 필요하단 시각도 있지만 다른 국가의 금연캠페인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흡연자가 전자담배에 조종당하는 콘셉트로 한 금연광고를 지상파 등 TV 방송과 버스정류장 등의 실외공간에서 선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광고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직접 겨냥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를 자신도 모르게 조종당하고 있는 흡연노예 콘셉트로 '아무 생각이 없는 꼭두각시(마리오네트)'처럼 묘사한 것.

흡연자들은 공익적인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흡연노예로 취급한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흡연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흡연의 중독성을 인정하더라도, 담배라는 기호품을 흡연자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글이 속속 올라와 있다. 또 "복지부의 과장ㆍ왜곡 광고문에 흡연자는 자아도 없고 판단력도 상실한 '흡연노예' 취급을 받고 있다"라는 글도 눈에 띈다.


담배업계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라는 문구의 경우 일반담배보다 전자담배가 덜 유해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복지부의 의도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른 국가의 정부가 내놓은 금연 캠페인과 비교해 복지부의 금연광고가 역효과를 나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흡연노예)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흡연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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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영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금연광고를 들었다. 영국 공중보건국이 선보인 금연광고에서는 일반담배 흡연으로 치명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같은 피해를 전자담배를 통해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했다. 일반담배 흡연자들에게 금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 전환을 제시한 것. 영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하는 국가다. 이에 따라 전자담배에 대한 제품 안전성 검사에서부터 관련 정책까지 철저하게 관리된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두 개의 용기에 각각 솜 뭉치를 넣은 뒤 일반담배 연기와 전자담배 증기를 불어 넣어 일반담배 흡연(smoking)과 전자담배 사용(vaping)의 결과를 비교했다. 약 한달 치 흡연을 가정하고 진행한 실험의 결과는 일반담배 흡연과 전자담배 사용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일반담배 연기가 들어간 용기의 전체 솜뭉치에서 끈적거리는 검은 타르가 묻어 나왔지만, 전자담배의 경우 증기에서 남은 얼룩 정도만 보였다. 영국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담배를 흡연하는 것보다 95%가량 유해물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금연캠페인이지만, 두 광고의 내용과 방식이 확연하게 다르다"면서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감성에만 호소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일으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건강에 해로운 일반담배(궐련)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다 현실적인 금연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이 최선의 선택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영국 공중보건국의 접근은 보다 현실적"이라며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대표 윤영자 이연익 씨는 "흡연부스 설치 등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쓰여야 할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쓰여지지 않고 흡연자들을 모독하고 조롱하는데 쓰여진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해당 영상 중지를 촉구했다.


비흡연자 김지수(31) 씨는 "금연광고에 연간 200억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오히려 거부감만 생겨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보는내내 불쾌함만 생기고 오히려 흡연자들이 '수위 높은 금연 메시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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