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재집권 13일 만에 축출 위기에 놓였다. 파탄난 경제에 분노한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35)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2013년 4월 취임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67.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야권은 선거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에 강하게 반발했고 과이도 의장이 선봉에 서서 정권 퇴진운동을 벌여왔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시위대 앞에서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시위대를 이끌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 찬탈 종료가 확실해질 때까지 대통령직을 맡겠다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즉각 미국과의 정치ㆍ외교 단절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는 카라카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에서 "헌법에 따른 대통령으로서 제국주의 미국 정부와 정치ㆍ외교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면서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내에 떠날 것을 요구했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 확산은 미국의 제재에 따른 경기 침체, 초인플레이션 때문이다 . 집권 이후 펼친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고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제난이 발생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0.45볼리바르였던 카라카스 시내 커피 한 잔 값은 지난 16일 800볼리바르로 1777배나 치솟았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자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잇따르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3100만명 중 약 10%인 300만여명이 이웃 국가인 콜럼비아,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가이아나 등으로 넘어가 ‘경제 난민’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 축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외신들은 군부의 움직임에 따라 마두로 정권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군부에 반(反) 마두로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군 수뇌부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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