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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재정투입보다 중요한 건 육아·일 병행 가능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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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이 낳기 두려운 청년

육아휴직 눈치·개인희생 강요 여전
[청년리포트]재정투입보다 중요한 건 육아·일 병행 가능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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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1970~1980년대)' '아들 바람 부모 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1990년대)'.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는 젊은 세대의 출산에 개입해왔다.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개입의 흔적은 앞에 기술한 '출산 억제(혹은 장려) 구호'에서 그 변천사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19년 지금은 어떤가. 구호는 국가가 아니라 청년층 내부로부터 더 크게 외쳐지고 있다. "나에겐 출산을 포기할 자유가 있다"고.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2015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육아툰(만화)'을 올리고 있는 심재원(42)씨는 대기업 광고 회사 14년 차에 커리어에 대한 욕심, 진급과 인센티브에 대한 걱정을 뒤로하고 이 회사 남성 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처음엔 6개월을 신청했지만 회사가 만류해 한 달로 줄여야 했다. 하지만 이 기간 '아빠도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1년의 추가 휴직을 신청했다. 1년간 핀란드·덴마크 등지를 여행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왜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어려운지'를 고민해 책으로 써냈다.

"핀란드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정착하는 데 20~30년 걸렸어요. 처음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이 관리자급이 되면 자연스럽게 아래 직원들의 휴직도 용인하게 되면서 문화가 정착하는 거죠. 육아휴직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자가 육아휴직?'이라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안타까울 뿐이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의 인력 구조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정 교수는 "고도의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 구조로 온전히 바뀌지 않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생산 구조에서는 누군가가 퇴사하면 다른 인력을 채워넣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시대별 '출산 구호'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준의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에 재정을 투입하느냐다. 그리고 우리의 직장 문화가 바뀔 수 있는 계기와 유인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심씨는 "정부에서 수당을 얼마 받느냐보다 중요한 건 회사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라고 본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엄마·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아이의 생애주기별 정책이 보장돼 있어요. 우리나라는 임신 때부터 탄력근무제를 신청하면서 눈치를 봐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 돌봄교실에 맡겨놓으면 이게 오후 2시에 끝나니까 퇴근 시간 6시까지 공백이 너무 길죠. 이런 식으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지켜봐온 동료들이 출산을 꺼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심씨 역시 휴직에서 복귀한 뒤 다음 해 진급에서 누락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있었던 시간은 진급하지 못한 일과 비교해봤을 때 결코 헛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개인에게 이 모든 걸 감수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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