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제정책]민간투자·구조개혁에 방점…상반기까지 성과낸다

홍남기 "성장 위한 정책적 의지 담았다"
현대차 GBC 허용…공공투자 민간 참여 대폭 확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부가 17일 발표한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민간투자 활성화와 규제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올해 극도로 부진했던 투자 의욕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구조개혁에 집중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0조원 이상 늘린 469조6000억원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61%를 내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제활력을 조기에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한 사전 브리핑에서 "확장적 재정, 투자 지원,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자평했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간투자를 과감히 허용하겠다는 점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2.6~2.7%, 신규 취업자가 올해보다 15만명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에 투자 의욕 불어넣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번 발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진 않았지만 민간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신호가 있다"면서 "민간, 시장의 어려움을 일년 내내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숙원인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할만하다. 현대차 프로젝트가 민간투자 활성화의 상징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현대차는 3조7000억원을 들여 삼성동에 105층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를 내년 1월 중 마무리하고 상반기에 착공하도록 지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5000억원 규모의 서울 창동 K팝 공연장, 2000억원이 투입되는 자동차 주행시험로 건설공사도 조기에 이뤄지도록 했다.

또 모든 공공시설을 민간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민간투자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지원사업을 확정해 조기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제활성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도로, 철도, 터널, 항만 등 SOC에 대한 BTL(임대형 민자사업)ㆍBTO(수익형 민자사업) 형태 민간투자 6조4000억원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조개혁도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4대 주요 제조업을 집중지원하고 이해상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유경제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를 연 180일 이내에서 내국인도 이용하도록 하고 만성질환자에 대한 비대면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비대면 모니터링은 사실상 원격진료로 한발짝 다가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내년에 실시하고 수가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비롯한 16개 과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짓겠다고 공언한 점도 관심을 모은다. 이 가운데 10개 과제는 혁신성장, 규제개혁, 투자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 재정을 활용한 경기 부양 등 성장 촉진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만큼 성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상반기가 현 정부 경제정책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시점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그 이후에는 국정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심리, 투자심리 회복에 가장 큰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경제활력 강화가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