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ㆍ중 대결 모드 다시 살얼음판=캐나다에서 체포된 멍 CFO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중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역전쟁은 휴전중이지만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미ㆍ중 대결 모드가 다시 재개돼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 2위 통신장비회사 ZTE를 비슷한 이유로 압박하면서 협상분위기를 험하게 몰고간 경험이 있다.
중국 법은 극히 모호하고 공식적인 해명을 들을 방법도 없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경우 중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미국 기업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문 전 대표보는 "중국 법은 모호하고 원하는 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당국)은 쉽게 단속에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상황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양국이 무역분쟁을 해결할 합의를 이루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원산 캘리포니아 채프먼대 교수도 "이번 체포로 미ㆍ중 무역협상이 궤도를 이탈할 엄청난 리스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은 이번 화웨이 사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멍 CFO의 체포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미국이 무뢰한 같은 수법으로 화웨이를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멍 CFO가 화웨이의 재무를 총괄한다는 점은 그의 체포를 정당화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을 조사 중이며 이와 관련해 최근 화웨이가 불법 거래를 하기 위해 HSBC홀딩스를 이용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진행중인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멍 CFO와 화웨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의 류웨이동 미ㆍ중 관계 전문가는 "무역전쟁 협상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계산된 전략"이라며 "앞으로 휴전 90일 기간 동안 화웨이와 비슷한 케이스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국유기업이나 개인들을 향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ZTE 전철밟나…중국의 글로벌 5세대(G)통신 야심 흔들=이번 화웨이 사태가 지난 4월 미ㆍ중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ZTE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멍 CFO의 체포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화웨이 기술 확산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사건이 글로벌 5G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중국의 야심과 IT굴기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제조2025'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견제해왔으면 특히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기업이 글로벌 5G 기술 주도권을 쥐는 것을 우려해왔다.
국제 법률회사 핀센트 메이슨즈의 폴 하스웰 기술 전문 파트너는 "미국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중요 부품 공급을 차단하거나 세계 각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화웨이의 이란제재 위반 혐의를 확정할 경우 화웨이가 미국 기업과의 거래정지 제재를 받은 ZTE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ZTE와 같이 화웨이 역시 통신 핵심부품 공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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