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조건 시집가서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라는 시대에 태어났지만, 다행히 딸에게도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했던 훌륭한 부모님 덕에 의대를 졸업하고 여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개화기 역사를 살펴본다면 여의사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일찍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의 지위가 낮고 차별의 벽이 심하던 시대에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냈는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경성여의전은 당시 신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종으로 여겨졌고, 당시 배출된 여의사들은 각지에서 활동하며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 93세의 현역인 한 선생님도 이 중 한 분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의과대학이 설립됐고 여의사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전체 의사의 숫자도 많아졌지만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 증가는 더욱 눈에 띈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1990년 여의사의 비율은 14.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5.4%로 증가했다. 치과의사는 15.4%에서 27%로, 한의사는 5.9%에서 21%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의료인 4명 중 1명은 여의사인 셈이다. 게다가 현재 의과대학 신입생을 보면 여학생이 29.8%에 달해 앞으로도 의료인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 여의사 숫자의 증가에 따라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에도 여의사의 진출이 증가하고, 성역처럼 여겨지던 대학병원 내 인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여교수 비율이 1993년에는 2%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4%로 크게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근육의 힘을 필요로 하는 '마초 전성시대'를 뒤로하고 현대는 지식과 디지털로 무장한 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여성의 기여가 의학의 발전에 필수 불가결하게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실력 있는 여의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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