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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BTS 코인?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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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BTS 코인?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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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록체인 세미나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BTS 코인(coin)’이 있다고 치자, 구매할 겁니까? 대다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있다’가 아니라 ‘치자’다. 방탄소년단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는 가정. 황당무계하다고?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BTS 코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많다. BTS 공연티켓부터 음원, 캐릭터 상품까지. 게다가 달러니, 유로니 환율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1). BTS의 글로벌 인기를 고려하면 코인 가격이 당장 폭락할 것 같지도 않다(2). 교환가치(1)와 투자가치(2)에 대한 학생들의 대담한 베팅. 당신이라면 BTS 코인을 살 것인가?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가상화폐는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관련 규정이 없는데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은 시장과 정부의 극명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가상화폐는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시장과 가상화폐는 그저 신기루일 뿐이라는 정부. 그러니 가상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화폐도 아닌 것이 아닌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존재한다.


이 와중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수를 쳤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이 발행한 링크코인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대기업이 가상화폐를 발행한 첫 사례라는 점, 라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음악, 영상, 게임 등 컨텐츠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라인 사용자가 일본 전체 인구의 60%(7600만명)에 달한다는 점. 카카오가 발행하는 클레이 코인도 작동 방식은 비슷하다. 국내 월간 사용자가 44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 이모니콘 구매, 카카오페이 결제 등.


하지만 여기까지다.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는 가상화폐를 유통하면서도 ICO(가상화폐공개·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행위)와는 선을 긋는다. 정부가 ICO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탓도 있지만, “자금이 넉넉해서 ICO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발언은 엉뚱하게도 가난한 벤처들에 비수처럼 꽂힌다. 가상화폐 발행→ ICO를 거쳐 사업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블록체인 벤처들은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부익부빈익빈’을 통감한다.


우리와 달리 해외는 가상화폐에 호의적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가상화폐를 증권과 같은 자산(property)으로 규정한다. 이로써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일본은 2017년 4월 가상화폐법을 제정해 ‘불특정 다수 사이에서 결제·매매·교환이 가능한 결제수단’으로 정의했다. 최근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가상화폐 소비세 8%도 폐지했다. 유럽은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이나 범죄자금에 악용하는 것을 막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의 "가상화폐 규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을 미루어보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상화폐와 거리를 두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 연초 코인 투기 광풍을 섣불리 대응했다가 대통령 지지도가 폭락한 경험은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다. 그러니 ‘어설픈 대응’보다는 ‘늑장 대응’이 낫다고 판단하는지 모른다.


무정부적 상황에서 코인거래소의 '먹튀'와 ‘폐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벤처들은 “어서 빨리 규제를 마련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규칙’이자 ‘게임의 룰’이다. 을(乙)은 규제를 원하는데 갑(甲)이 외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정부는 모르겠지만, BTS 코인에 베팅한 저 학생들처럼 시장은 결국 합리적으로 작동하게 돼 있다. 우리는 시장의 순기능을 믿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정일 4차산업부장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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